[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1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다음 주 미국의 금리인상이 확실시돼서다. 한은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분석에 전력을 쏟아왔다.
◆미국 기준금리, 지속적으로 오른다= 시장에서 금통위 전부터 기준금리의 동결을 기정사실화 했던 것은 2008년 12월부터 정책금리를 0∼0.25%로 유지했던 미국이 다음 주에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털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린다. 미국이 이번 회의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이번 금통위는 사실상 금리 인상 전 마지막 자리였다. 당연히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한국 금융시장 영향이 이날 회의의 주요 주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년 말까지 3~4차례의 인상 과정을 통해 1%포인트 정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 말 미국의 정책금리는 1~1.25%로 올라설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정책금리 변동폭이 0.25%포인트였다는 점과 지금처럼 레인지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해 추산한 수치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차이는 0.25~0.5%포인트로 좁혀지게 된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내년 말까지 1%포인트 정도 정책금리를 올린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들다"…당분간 금리조정 어려울 듯=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이 우려되지만 우리가 기준금리를 바로 올리긴 버겁다. 내수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을 높여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커질 수 있어서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맞물려 12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빚이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뇌관이 될 수 있다. 기업대출의 부실 위험도 만만찮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도 733조9000억원으로 한달새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충격파가 전해지면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란 쌍끌이 악재에 우리 경제가 휘청일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긴 더 힘들다. 미국 금리 인상이란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금리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뚜렷한 명분도 없다. 수출의 지속적인 부진이란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이는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4분기 역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책효과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국내외 경기여건을 주시하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한은이 금리정책을 활용해 국내 경기부양이나 자금 유출입을 조절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 "적어도 앞으로 12개월간은 정책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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