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기업' 상장 기업 절반 40세 넘어…제조업 고령화 심각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한국 기업의 고령화
기업에게도 노화방지 필요…젊음을 유지하는 기업의 비결 배워야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한국 기업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절반 이상이 설립 40년을 넘겼다. 불과 10년 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제조업의 고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조직이 노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단이 필요하며 혁신을 통해 젊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일 '노화를 입은 동안 기업의 비결'이라는 보고서에서 오랜 나이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젊음을 유지하는 기업들에게서 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2월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1.5%의 기업이 설립 후 40년 이상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전체의 평균 연령은 설립 37.8년이다.
이 결과를 10년 전인 2005년말 기준의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당시 설립 40년을 넘긴 상장기업의 비중은 32.1%였고, 상장기업의 평균 연령은 32.9세였다.
강 연구원은 "최근 10년 사이 상장기업들의 평균 연령은 약 5세 상승하고, 40세 이상 상장기업의 비중도 20%포인트 가까이 큰 폭으로 커진 것"이라며 "10년 전에는 상장기업의 3분의2 이상이 설립 40년이 안된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반 이상의 기업이 이미 불혹을 넘겼다"고 말했다.
설립 20년 이상 40년 미만 기업의 비중이 큰 폭으로 작아진 것도 눈에 띈다. 2005년에는 전체 기업의 절반 정도(49.6%)가 이에 해당했으나, 10년 만에 5분의1에 턱걸이 하는 수준(23.9%)으로 줄었다. 사람으로 치면 가장 활발한 20대와 30대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을 제조업과 비제조업으로 나눠 평균 연령을 살펴본 결과 제조업과 비제조업간의 상당한 평균 연령 차이가 나타났다. 12월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평균 연령은 설립 39.9년으로 마흔에 바짝 다가섰다. 반면 비제조업 기업의 평균 연령은 34.9년으로 제조업보다 평균 5년이 낮다. 설립 40년 이상 지난 기업의 비중도 제조업이 57.1%로 비제조업의 43.9%보다 훨씬 높다.
상대적으로 젊다고 할 수 있는 설립 20년 미만의 기업만을 대상으로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구분한 결과 설립 20년 미만 기업 중 제조업의 비중은 44.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전체 상장기업 중 제조업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은 57.5%로 나타났다. 젊은 기업 중에는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것이다.
강 연구원은 "기업의 평균 연령 증가가 곧 문제라는 단순한 결론은 곤란하다"며 "기업의 진입과 퇴출, 경제와 산업의 변동 등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기업 중 제조업의 비중이 낮은 것 역시, 정상적인 산업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우리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아직도 경제 전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기업의 고령화가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은 경제와 산업의 활력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는 과거의 경험보다 혁신이 더 중요하다며 우량 장수 기업들 역시 장수보다 혁신으로 더욱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젊은 혁신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모델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조직의 노화를 막지 못해 혁신과 변화의 의지를 잃게 된다면 더 이상 설 곳 이 없다"고 꼬집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아빠, 이제 전화하지 마세요"…Z세대 5명 중 3명 ...
이어 "조직이 노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단이 필요하고 노화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조직에는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며 "오랜 세월 누적된 불필요한 규정과 계층은 조직을 느리게 만들고 과거의 방식에 집착하게 해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거부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오랜 나이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거듭하며 젊음을 유지하는 기업들에게서 그 비결을 배워야 한다며 새로운 시도를 위해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거나,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그 예라고 들었다. 한편으로는 조직의 기반인 고객의 변화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조직을 날렵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업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