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 넘치는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적응기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이 국내 지휘봉을 잡은지 14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1일 부임해 적응을 마쳤다. 그는 8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송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2015년을 갈음하는 단어는 '큰 만족'"이라고 했다.
대표팀은 올해 국가대표 경기 16승3무1패(승률 80%)를 했다. 1월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과 8월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우승을 했다. 열일곱 경기 무실점 기록도 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 선수들과 함께 이룬 성과에 흡족해하면서 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한 배경과 국내 생활에 적응했던 경험담, 가족에 대한 얘기 등 그간 꺼내지 않았던 소소한 얘기들을 토크쇼 형식으로 풀었다.
◇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 일문일답
-대표팀 감독으로 일한 감회는.
"작년 9월에 입국해서 10월 1일부터 대표팀 감독으로 일했다. 14개월을 돌이켜보면 생각했던 기대했던 성과를 거뒀다. 함께하는 선수들이 언제나 의욕적으로 했다. 운동장 밖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선수들이 잘 따랐다."
-영국에서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처음 만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런던에서 이 위원장과 전한진 국제 팀장을 함께 만났다. 협회에서는 솔직하게 가진 패를 다 공개했다. '여러 지도자를 고려한 뒤 적임자를 결정한다'고 했다. 면접을 하면서 성적에 대해서는 부담을 주지 않았다. 이전부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2002년에 한국을 방문해 축구 열기를 확인했다. 다만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면 주변에서 어떤 사람들과 호흡을 맞출지 걱정했는데 두 사람을 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 위원장의 첫 인상은 전혀 축구를 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키는 크지 않은데 힘은 세 보여 체조나 태권도 등 무술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소감은.
"어렸을 때는 축구 선수나 감독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 이 자리까지 오면서 운도 많이 따랐고, 노력도 했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늘 잊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항상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려고 한다. 한국에 와서는 음식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일주일 정도만 특별히 준비한 음식을 먹었고, 지금은 선수들과 똑같은 식사를 한다.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주기를 기대하면 안 된다. 먼저 적응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태원에 자주 간다고 하는대.
"이태원이 현재 살고 있는 곳과 가깝고, 좋은 식당과 바(bar)가 많아서 자주 간다. 강남도 좋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거주지와 멀어서 자주 가지는 못했다."
-즐겨 보는 축구 리그가 있나.
"토트넘, 아우크스부르크 경기를 자주 보고, 분석 업체를 통해 중계되지 않는 다른 경기들도 챙겨본다. 지금도 비디오를 통해 자료를 계속 본다. 시즌이 끝났는데도 계속 비디오를 본다고 아내가 구박을 한다. 개인적으로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축구를 선호한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팀을 맡을 때부터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 플레이를 보면 매력을 느낄 것이다."
-가족 소개를 해달라.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딸과 사위는 15살에 만나 교제를 했다. 3년 전 결혼했다. 사위는 의사다. 사돈도 의사라 개인병원을 차려서 함께 일한다. 딸도 그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돕는다. 사회적인 지위나 직함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은 미혼이다. 어릴 때부터 윈드서핑이 취미였다. 지금은 개인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딸과는 성격이 정반대다. 휴가를 간다고 하면 딸은 일주일 전에 짐을 싸고 준비를 하지만 아들은 떠나기 한 시간 전에 황급히 준비를 한다."
-아내는 한국 생활에 만족하나.
"18세 때 묀헨글라드바흐(독일)로 팀을 옮겨야 했다. 부모님은 내게 학업을 마치고 가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래서 6개월 정도 훈련과 학업을 병행했다. 그 당시 학교에서 아내를 학교에서 만났다. 아내는 내가 축구 선수인지도 몰랐다. 레알 마드리드로 가기 1년 전인 22살(1976년)에 결혼해 올해로 39년이 됐다. 지도자를 하다보면 기러기 아빠도 많은데 아내는 늘 내 곁을 지켰다. 그러나 합숙과 훈련 등으로 같이 있었던 시간은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계속 함께 머물지 않은 게 어쩌면 다행이다."(웃음)
-부임 후 성과에 대한 평가와 내년 전망은.
"올해 스무 경기에서 한 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그만큼 팬들 기대가 크다. 내년은 분명 더 어려울 것이다. 올해 좋았던 점을 내년에도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좀 더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려면 선수들이 더 적극적이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올해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다음 목표가 있다면.
"우리 플레이와 철학을 유지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재성(23·전북)이 좋은 예다. 전북에서는 활동량으로 평가받는 미드필더였지만 대표팀에 와서 측면 공격수로 재능을 보였다. 그 자리는 활동량도 중요하지만 득점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고 도움을 올리는 등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이재성의 공격적인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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