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이번 수사는 그간 관행처럼 이어져 온 제도권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블록딜 알선행위가 초점이다. 시장감시위원회 최모 차장을 포함해 이번에 혐의가 드러난 금융투자회사 전현직 임직원만 27명에 달해 블록딜을 둘러싼 불법행위가 증권가 전반에 퍼져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량의 주식 매도자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투자매매ㆍ투자중개업 인가를 받은 금융투자업자와 주선계약을 맺고 한국거래소의 시장 업무규정에 따라 매도자에게 주식을 매각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블록딜 거래가 성사되면 증권사는 계약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블록딜 제도도입 취지가 장중 비정상적인 주식가격 급등락에 따라 다수의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것인 만큼 행위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블록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불법 수수료 등 금품을 따로 받는 것이다. 이는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이 고객의 위탁을 받아 주식을 매매하고 받는 합법적인 수수료와는 다르다.
검찰은 블록딜 중개에 뒷돈이 오가는 행위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알선수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은 금융회사 임직원의 직무에 관해 편의를 봐주며 금품 등 대가를 주고받거나 요구·약속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면서, 대가 지급이 제3자를 통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특히 이에 얽힌 금융회사 임직원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 자격정지, 받은 대가의 2~5배까지 벌금도 함께 물리도록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받은 대가가 커질수록 처벌강도도 높아져 억대 금품을 받은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도 가능하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도 KB투자증권 박모 이사(47) 등이 코스닥상장사 I사의 대주주의 블록딜을 주선하고 받은 6억9000만원, 한국거래소 직원이 카카오 3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10만주 처분을 부탁받고 기관투자자와 대주주를 연결해 준 대가로 받은 8000만원 등이다. 검찰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의 직무인 블록딜 중개의 대가로 금품이 오간 것으로 봤다.
불법 블록딜 과정에서는 고객계좌를 이용한 시세조정, 부정거래 등 또 다른 불법행위도 저질러지게 마련이다. 블록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속속 구속된 것은 이같은 불법행위들이 먼저 포착됐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가 블록딜을 주선한 금융투자회사 임직원에게 금품을 받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여러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 수사가 확대된 것. 이런 과정에서 특정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대주주는 기업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이같은 불법 블록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 블록딜에 사용되는 자금은 대부분 공모펀드를 통해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어서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가 폭락할 경우 펀드에 가입한 개인들이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높은 가격에 이뤄진 블록딜 소식을 듣고 매매에 나선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입게 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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