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초안, 시행까진 첩첩산중
금융위 주도 TF 7가지 세부원칙 발표
자본시장법·5%룰과 충돌 우려
인력 부족해 일괄 도입도 어려워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최동현 기자] 기관투자가의 책임과 역할 강화를 위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이 마련됐지만 도입 방법, 자본시장법과의 충돌 가능성, 사후 이행여부 감독주체 부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구성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태크스포스(TF)는 2일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ㆍ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ㆍ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ㆍ감시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 의결권 정책 제정ㆍ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의 보고ㆍ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ㆍ전문성 확보 등 7가지 세부원칙을 내놨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이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행동원칙으로 영국, 일본, 네덜란드 등에서 시행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큰 틀에서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세부기준에 난색을 표명했다. 자산운용업계는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는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상황을 적극적으로 점검하고 감시해야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 이용금지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약품 사태처럼 기관의 기업과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인해 미공개정보 취득과 내부자거래 문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철희 유진자산운용 대표는 "기업과 적극적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미정보공개 취급에 관한 규제는 강화하는건 모순"이라며 "아직 미공개정보 이용에 관한 범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이런 애매한 지침이 나오면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주식 대량 보유 상황을 보고하는 '5%룰(rule)'과 충돌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단순투자목적의 기관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경영에 적극 관여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 등을 요구하는 행위는 경영참여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공시의 약식보고가 가능한 특례보고제도의 이용 자격을 상실하고 일반적 보고 의무를 준수해야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더욱이 주식대량보유보고제도 등에 따라 다른 투자자와 연대해 의결권 행사 합의를 할 경우 특별관계자에 해당해 다른 투자자의 보유분까지 모두 공시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일괄 도입의지에도 난색을 표명했다. 직원수가 30~50명에 불과한 중소형 자산운용사가 투자하고 있는 수백개 기업의 경영활동을 일일이 분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적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연기금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면서 책임투자 문화를 정착한 뒤 민간 기관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도수 교보생명 투자사업본부장은 "제도를 조급하게 도입하기보다 연기금 중심으로 먼저 시행하면서 책임투자 문화를 정착하는 단계가 선행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기관들이 합쳐 스튜어드십 코드를 철저히 준수하는 공공펀드를 만들어 시범 운용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사후 이행여부를 점검할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영국의 경우 재무보고위원회(FRC)가 사후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지만 이번에 TF가 발표한 초안에는 점검기관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어 채택하는 수준에서 끝낼 게 아니라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등 사후관리도 중요하다"며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약이지만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한 수탁자 책임을 다 하도록 한 만큼 독립적으로 이행여부를 판단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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