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式 사업재편…"죽었던 동대문 상권 살린다"
-20년만에 다시 '소비재'로 U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두산그룹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소비재산업에 다시 진입하게 됐다. 1996년 박용곤 전 두산그룹 회장이 한국네슬레를 비롯해 한국3M, OB맥주 등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산업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지 20여년 만이다. 박용만 회장의 면세사업 꿈은 1998년 두산그룹 본사 사옥이 동대문으로 이전하면서부터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두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주변에서 '남는 계열사가 없겠다'는 우려까지 섞일 정도로 고강도로 매각을 거듭하며 자금을 확보했다. 을지로1가의 두산그룹 본사 사옥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8년 하나은행에 690억원에 팔았다. 지금의 동대문 두타로 이전한 것은 그해 말이었다.
"을지로 사옥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국가였는데 동대문으로 이사와서 두타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2000달러 국가였다."
박 회장은 당시 34층 두타 사무실에서 동대문 상가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소회를 이같이 술회했다. 박 회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동대문은 두산그룹의 모태였던 곳으로 이곳에서 면세점 사업을 한다면 지역 상인들에게 그 공을 함께 나눠 진정한 '지역상생'을 실천해보고싶다"고 말하곤 했다.
동대문은 1896년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이 문을 열었던 곳이다. 이에 박 회장은 "면세점을 유치해 이곳 상인들이 잘 살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죽어서도 아버지에게 떳떳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대로 두산그룹이 새 면세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두산은 면세점으로 첫해 매출 5000억원, 다음해 1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면세사업으로 막혔던 현금흐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산그룹의 순차입금은 10조 원대로 이 중 두산인프라코어가 5조3000억 원, 두산건설이 1조4000억 원대다. 이에 두산그룹은 '알짜사업'까지 매각하며 중공업부문의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분할한 다음 일부 지분을 매각하려던 방침을 바꿔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경영권을 포함해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가치를 극대화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25억 원, 영업이익률 11.9%를 기록한 '알짜사업'이다. 국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이처럼 중공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재무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두산그룹으로서는 면세사업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증권 전용기 애널리스트는 "매출 1조원씩 영업이익률 10%를 가정해 4년동안의 순현금 유입액은 현재가치 35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모델링 및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두산그룹은 내년 5월 이후부터 면세점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한 두산그룹은 기업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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