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망 狂風에 숨은 세가지 심리
명품로고 득템, 소매로 대박 차익, 카피 만들어 히트 야심

지난 5일 H&M 압구정 매장 앞에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5일 H&M 압구정 매장 앞에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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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명동, 압구정 등 서울 시내 번화가 한복판에 텐트촌이 들어섰다. 휴가 나온 군인, 연차 낸 직장인, 대학생, 그리고 전문가(?)들이 며칠을 칸칸이 앉아 '이것'을 기다렸다. 마침내 문이 열렸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한 목격자는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흡사, 동물의 왕국 같았다".


지난 5일 선보인 SPA 브랜드 헤네스 앤 모리츠(H&M)와 고가의 프랑스 브랜드 발망의 콜라보레이션이 선풍적인 반응을 얻으며 세간의 화제다. 판매 개시 일주일 전부터 물건을 사기위한 텐트족이 등장하고, 매장 오픈 3시간만에 준비된 제품은 바닥을 드러냈다. 긴 불황으로 이렇다할 화제꺼리가 없던 패션업계에서는 '사건'과도 같은 일이다.

화제의 '텐트촌' 사람들, 또는 새벽부터 대기줄을 선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전문 리셀러 집단(한정판 물건을 집중 구매해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사람들), 패션피플·업계관계자, 그리고 몇만원으로 명품을 가져보고 싶은 대다수. 각각 차익, 정보(디자인), 명품 로고가 박힌 물건을 목적으로 모인셈이다.

지난 5일 새벽 서울 명동 눈스퀘어 H&M 매장 앞에 구매를 위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지난 5일 새벽 서울 명동 눈스퀘어 H&M 매장 앞에 구매를 위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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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각자가 가진 목적의 배경은 '불황'으로 요약된다. 리셀러들의 경우 며칠만 밤이슬을 맞으면 웬만한 아르바이트 월급 이상의 돈을 거머쥘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친 리셀러들 대부분은 20, 30대 청년들이다. 불황이 낳은 신종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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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 종사자들이 열을 올린 것도 일부는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의 귀띔에 따르면 콜라보 이벤트로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이 싼 값에 풀리면, 이들은 저가·대량생산을 위해 최대한 여러제품을 사서 디자인을 본딴다. 한마디로 자영업자들의 '카피'를 위한 구매다. 특정 브랜드의 수요와 관심이 단기간 급증하면서 이들도 적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5일 새벽 서울 명동 눈스퀘어 H&M 매장 앞에 구매를 위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지난 5일 새벽 서울 명동 눈스퀘어 H&M 매장 앞에 구매를 위한 대기줄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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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발망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이번 기회에 유명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해보고 싶은 대다수의 사례야 말할 것도 없다. 실제 매장 인근에서 마주친 한 직장인 남성은 "400만원 가깝게 팔던 발망 아우터는 잡지에서나 보는 옷인 줄 알았는데, 20만원대에 살 수 있다고 해서 연차를 쓰고 나왔다"면서 "한 달 월급을 다 털어도 못사는 옷인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텐트촌은 더 자주, 더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명품의 이름을 빌리면 흥행성공'이라는 경험칙은 이번 사례로 검증을 마쳤고, 여론도 대체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서비스 펄스K를 통해 소셜네트워그서비스(SNS)에서 'H&M' 혹은 '발망'이 언급된 1643건을 분석해보니, 긍정적인 내용이 84.5%를 차지했다. 실제로 이튿날인 6일 유니클로는 에르메스의 전 디렉터가 만든 브랜드 '르메르'와의 2차 콜라보 출시 소식을 전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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