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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前 전국 발칵 뒤집은 '휴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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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를 기다리는 신도들(방송 화면 캡처)

휴거를 기다리는 신도들(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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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인 1992년 10월 28일, 서울 마포구 다미선교회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자정이 되면 자신들이 세계 종말을 피해 하늘로 들려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휴거'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는 세기말 분위기에 휩싸인 1990년대인데다가 워낙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이 광경은 TV로 생중계까지 되고 있었다. 불상사를 우려한 경찰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흰옷을 입은 신도들은 자정이 다가오자 더욱 열광적으로 기도를 했다. 일부 신도들은 휴거의 시간이 가까워지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들은 이미 주변을 정리하고 소지품 없이 예배에 참석한 상태였다. 어차피 하늘로 갈 것이기 때문에 재산을 선교회에 헌납한 이들도 많았다. 당시 경찰의 집계에 따르면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우는 교회 중 이날 휴거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곳은 155곳, 신도는 82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마포구의 다미선교회에만 1500여명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시간, 휴거는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몸이 올라가지 않자 머쓱해진 신도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미몽에서 깨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신도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실망한 이들의 자살 소동도 없었다.

휴거가 불발되자 다미선교회는 일간지에 사과 광고를 게재했고 이어 해체를 선언했다. 재산까지 헌납하며 휴거를 믿었던 신도들은 허탈하고 억울했지만 항의할 대상은 눈 앞에 없었다. 다미선교회를 이끌던 이장림 목사는 이미 사기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TV 생중계로 지켜봤던 휴거 소동은 단순한 사기극이었을까.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은 "휴거는 우스꽝스러운 일회성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사회에 축적된 위기감과 불신이 표출된 현상이었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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