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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이나 사물이나 일을 보고 '개떡' 같다 말하면, 험악한 욕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개떡은 '개'가 붙은 욕설군들과는 조금 다른 표현이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저 말처럼 찰떡과 대비되는 개떡으로 이해하면 좀 쉽다. 찰떡은 찹쌀로 공들여 만든 차진 떡이고, 개떡은 보릿겨나 밀겨, 혹은 메밀겨 따위를 뜸 들이는 밥 위에 얹어 대충 찐 푸석푸석한 떡이다. 들어간 식재료에 따라 보리개떡, 밀개떡, 메밀개떡, 쑥개떡으로 나뉜다.


개떡엔 왜 개가 붙었을까. 거친 가루를 의미하는 '겨('기울'이란 표현도 쓴다)'라는 말이 변했다는 의견도 있고, 걸쭉하게 갠다는 의미로 '갠떡'이라 불렀는데, 그것이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쑥갠떡이라고도 하니, 그럴 듯하다. 또 개라는 것이 개나리, 개살구, 개비름 따위에서 쓰듯, 변변찮은 것, 비슷하지만 좀 못한 것, 혹은 가짜인 것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떡은 떡이지만 변변찮다는 의미도 지닐 수 있다. 어떤 어원설이 정확한지 종잡기는 어려우나, 사람들은 그런저런 뉘앙스를 다 품어 넣어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겨를 쓰기도 하고, 걸쭉하게 개서 찐 떡이라는 뜻도 넣고, 시원찮은 떡이니 개를 붙이기도 했을 것이다. 보리개떡이나 쑥개떡 따위의 구체적인 말이 먼저 쓰이고 그것을 통칭하는 개떡이라는 말이 나중에 생겨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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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떡이 시원찮고 마음에 들지 않고 나쁘고 답답하고 이상하고 한심한 것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왜일까. 처음엔 진짜 개떡에서 출발했지만, 갈수록 개라는 말이 지니고 있는 '욕설의 후련함' 같은 게 삼투해서 은근히 퍼붓는 욕으로 인기리에 채택되지 않았나 싶다. 개는 각종 욕설의 대표주자이고, 거기에다 떡은 살짝 외설적인 물성에다 인사불성의 경지를 가리키는 말로도 곧잘 쓰이는 형편인지라, 두 말이 찰떡처럼 붙어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막말이 되었다. 떡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상황도 개떡 같고 사람도 개떡 같고 일도 개떡 같고 물건도 개떡 같고 말도 개떡 같을 수 있어졌다.


개떡이라는 것이 어차피 은유일진대 굳이 논리적으로 개떡과의 동질성을 찾아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는 점이, 이 말의 편리한 점이다. 말이 나온 김에 '개떡테라피'를 하나 제안할까 한다. 마음에 뿔이 돋았거나 심장에서 뭔가가 불완전연소 하여 연기가 매캐할 경우, 생각머리에 그 대상을 딱 얹어놓은 뒤 이렇게 말해보라. "이런 개떡…." 그런 뒤에 거기에 얹힌 개떡을 얼기설기 부숴 겨를 만들고 물을 부어 걸쭉하게 갠다. 그 다음 뜨끈뜨끈한 헤드 스팀 칸으로 옮겨 푹 쪄서 진짜 개떡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여기까진 개떡레시피다. 그리고 헛된 분노로 출출해진 영혼이 천천히 그 떡을 베어 물어 삼키면 개떡 같은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다. 말도 안 된다고? 퇴계 이황 선생도 이런 따위의 약재를 숱하게 개발했지만 가짜 약장수 그룹에 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위인전에 들어가 계신다는 걸 기억하라.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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