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노후 불안 심리가 부른
현금 쌓아두고 '안 쓰기' 심각
저축의 날에 생각해보는 저축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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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10월 마지막 화요일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저축'을 기념하는 날이다. '저축의 날'은 1964년 저축이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했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 시대에 막대한 정책 자금이 필요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 개인들의 저축을 장려했던 것이다.

하지만 51년이 지난 지금 저축의 위상이 흔들린다. 경기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앞장서 소비 진작책을 동원하면서 저축보다 소비가 강조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도 저축 고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은행들은 0%대 예ㆍ적금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저축 상품 금리에 인색하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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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저축률이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올 2분기 기업과 정부, 가계를 모두 합한 총저축률은 36.5%로 작년 34.7%보다 1.8%포인트 높아졌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에서 최종소비지출을 뺀 값(총저축액)을 GNDI로 나눈 것이다. 소득 중에 안쓰고 남은 소득을 뜻한다. 2분기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1% 감소할 정도로 소득 여건은 악화됐지만 가계를 중심으로 저축률이 늘면서 총저축률이 작년말보다 올라갔다는 게 한국은행 분석이다. 총저축률은 2012년 34.2%에서 2013년 34.3%, 작년 34.7%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중 기준금리는 3.0%에서 1.5%로 낮아졌다. 저축이 이자율 추세와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저축 확대는 향후 경제성장, 고용, 임금 등에 대한 불안심리에 따른 '예비적 저축' 증가에 일부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소비위축과 내수회복 지연 가능성을 의미하므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저축의 역설'을 반영하듯이 '저축의 날' 위상도 흔들린다. 1990년대까지 대통령이 참석해 표창을 수여할 정도로 성대하게 진행됐던 저축의 날은 2008년부터 금융위원장 주관으로 바뀌었다. 27일 오전 열린 '제52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대신해 수상자에게 훈장과 표창을 전달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일정이 겹쳐 시상식에 참석하기 어려웠지만 국회의 양해로 포상을 진행했다. 저축의 날 수상자도 줄었다. 2000년 426명이었던 저축유공자 훈ㆍ포장, 표창 수상자는 2007년 98명으로 두 자릿수로 줄더니 올해는 91명만 상을 받아 심화되고 있는 '저축의 역설'을 보여줬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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