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환경부…주류업계 "인상안 철회하라"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환경부가 빈병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40∼50원인 '빈병 보증금'을 100∼130원으로 인상하려 하자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가격 인상을 부추길 것이다", "사재기가 발생한다", "실효성이 없다" 등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빈병 보증금은 소비자들이 유리병에 든 소주나 맥주를 살 때 술값과 함께 보증금을 냈다가 빈병을 구입처에 가져다주면 되돌려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1985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26일 "지난해 일반 가정에서 소비된 소주와 맥주 17억8000만병 가운데 소비자가 판매점에 직접 가져다 준 빈병은 24.2%인 4억3000만병에 불과, 소비자가 포기한 보증금이 570억원에 이른다"며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85%에 머무르는 빈병 재사용률이 독일, 캐나다, 핀란드 등 선진국 수준인 9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빈병 보증금 인상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빈병 수집업체들이 내년부터 보증금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벌써부터 빈병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주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빈병을 수거해 주류 제조업체에 전달하는 업체는 빈병을 가득 싣고 들어오던 손수레와 트럭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시세 차익을 노린 소비자와 일부 수거업자들이 빈병을 쌍아둬 3병 중 2병만 회수되고 있어서다.


빈병 수거업체 관계자는 "평상시 빈병으로 가득해야 할 야적장에 빈 상자만 가득하다"며 "하루 종일 모아도 빈병 30개가 들어가는 박스 하나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주류업계는 빈병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인상되면 주류 가격이 10% 이상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빈병 보증금 인상은 소주와 맥주 제조 가격에 반영돼 출고가가 약 10% 오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출고기준으로 4888억원, 유통업계 및 음식점 등을 포함하면 1조9892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는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난데 빈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가 올라가면 원가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증세로 인식돼 부정적인 국민 반대 여론에 봉착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값싼 외국산 맥주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 주류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캔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용기 주류 소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재활용 용기 사용 촉진이라는 본래의 목적 자체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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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주류업계가 빈병 보증금 인상을 술값을 올리는 구실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지금이라도 실태조사, 객관적인 실증연구 등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공청회 등을 개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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