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벤의 기적' 박태하, 우승 확정·감독직 2년 연장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박태하 전 축구대표팀 코치(47)가 중국 2부 리그 사령탑을 맡은 지 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 감독이 지휘하는 옌벤FC는 24일 중국 지린성 옌볜체육장에서 열린 2015 중국 갑리그(2부 리그) 29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난 상도에 4-0으로 이겼다. 승점 3점을 보태 17승10무2패(승점 61)로 2위 허베이 종지(승점 57)와 격차를 4점으로 벌리며 남은 한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2부 리그에서 팀이 정상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이미 내년 시즌 중국 슈퍼리그(1부 리그) 승격도 확정했다. 2000년 2부 리그로 강등된 이후 16년 만이다.
박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고 감독직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이국땅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으면서 중국 리그는 물론 국내에서도 그를 영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국 신의를 지켰다. 그는 "옌벤과 함께 이 자리까지 올라와 행복하다. 발전 가능성을 보고 감독직을 맡았는데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 감독은 조선족이 거주하는 옌벤시의 영웅이다. 지난 18일 우한 줘얼과의 원정경기(0-0 무)에서 승격을 확정짓고 옌길 공항에 도착하면서 시내 곳곳에 운집한 팬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중국 공안에서 제공하는 전용 차량으로 검문 없이 시내를 이동할 수 있다. 옌벤FC 홈구장에는 경기당 3만~4만 명이 찾아 팀을 응원한다.
이 모든 광경이 1년 만에 그의 손에서 비롯됐다. 박 감독은 지난해 12월 2부 리그 꼴찌 팀을 맡아 10개월 만에 팀을 탈바꿈했다. 옌벤FC는 열여섯 팀이 경쟁하는 갑리그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를 해 3부 리그인 을리그로 밀렸다. 그러나 15위인 청두 셰페이롄이 승부조작 여파로 팀을 해체하면서 운 좋게 잔류 기회를 얻었다. 반등을 노린 구단에서 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팀을 만드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부임하고 선수들의 신뢰를 얻는데 가장 공을 들였다. 선수들의 가족사항도 꼼꼼히 파악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려는 배려였다. 마음이 통하면서 경기력도 살아났다. 옌벤은 개막 이후 스물한 경기 무패(13승8무)로 승승장구했다. 박 감독은 "한국에서 코치생활을 오래했지만 감독 경험 없이 1년 만에 성적을 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의 축구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자만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감독은 1991년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해 2001년까지 뛰었다. 국가대표로 1994 미국월드컵과 1998 프랑스월드컵에도 나갔다. 2005년부터 2년 동안 포항 코치로 일한 뒤 허정무 전 감독(60)을 보좌해 축구대표팀 코치를 역임하며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조광래 전 감독(61)과도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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