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견강부회, 자가당착, 아전인수, 곡학아세, 단장취의 등 우리가 쓰는 사자성어 가운데는 유독 자기 입맛에 맞추는 행위를 비꼬는 말들이 많다. 딱 이같은 일이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22일 여야는 각각 우리 사회의 원로 또는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 새누리당은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와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참석하는 '원로에게 듣는다'는 제목의 간담회를 열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한국사 교과서 대표 집필진에게 듣는다'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스스로를 시장주의자로 표현하는 송 교수는 간담회에서 "학교에서는 독극물이나 다름없는 상품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학생들은) 받아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검정위원, 집필진, 대학내 역사학자들이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사 교과서에 역사학자의 참여 비율을 20%로 낮추고 사회과학자들이 80%를 채워야 하다는 뜻을 밝혔다. 사상의 자유로운 경쟁은 커녕 절대적인 배제의 언어만 내뱉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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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의 토론회는 교과서 집필진이 직접 참여해 한국사 교과서에 제기된 문제제기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좌편향 교과서로 지목된 부분에 대한 해명 등에 나섰다. 이들은 구체적 사실 뿐 아니라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 해명했다. 이 자리 역시 야당과 필진의 입장만 전달됐다.

두 토론회는 내용을 듣지 않더라도 참석자 면면만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박 교수와 송 교수는 대표적 보수 인사로 수년째 보수적 인사들로 교과서와 우리나라의 역사 기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던 인사들이다. 야당이 초청한 교과서 대표 집필진 역시 논란의 당사자이기에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불편부당하다는 평가를 듣기 어렵다. 주장은 동일한데 입만 달라진 셈이고 단지 '여론전'을 벌이기 위한 무대였을 뿐이다. 서로의 입장을 대포처럼 쏘아대기만 한다면 과연 '정치'적 해법이라는 게 가능할까?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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