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속 익숙함, 뮤지컬 '원스' 리뷰와 주연배우 인터뷰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아일랜드 뮤지컬 '원스'는 이국적인 내음을 물씬 풍긴다. 소도시 더블린의 퍼브를 연상시키는 무대에 그 나라 식 유머가 담긴다. 대사에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같이 아일랜드인의 문화적 자긍심을 내비치는 걸작들이 등장한다.


'원스'의 새로움은 한국 관객에게 '낯섦'이 아닌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에는 관객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힘이 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보통의 한국 뮤지컬이었다면 관객이 모두 숨죽이며 배우들을 기다렸을 시간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무대에서는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벌써 왁자지껄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여 춤추게 하기도 한다. 극장 문을 열고 들어온 관객 중에는 분명 '내가 공연 시간에 늦었나'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관객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이 어느덧 공연은 시작된다. 언제 시작하는지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무대에서 악기를 다루고 있던 이들은 배우들이다. '원스'는 액터 뮤지컬이다. 배우들은 뮤지컬 배우가 갖춰야 할 삼박자인 노래, 춤, 연기에 악기 연주까지 모두 네 박자를 소화해야 한다.

주연 배우 메간 리오든(35)과 톰 파슨스(30)를 지난 16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메간은 "오디션에만 6주가 걸렸다. 작은 나라에서 네 박자 모두 갖춘 배우를 찾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톰은 "그래도 배우가 연주를 같이하는 덕분에 관객은 '원스'의 세계로 확실히 들어올 수 있는 것 같다"며 "다른 공연에서 관객이 관찰자라면, '원스'에서는 참여자다"고 했다.


이 작품의 원작은 2006년 개봉한 같은 이름의 영화다. 주제가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가 백미인 이 작품은 저예산 장르영화였음에도 한국에서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다. 더블린에 사는 진공청소기 수리공 '가이'와 체코에서 온 이민자 '걸'의 이야기다. 가이는 현실적인 이유로 뮤지션의 꿈을 포기하려 하는데 그의 음악에 반한 활기찬 여자 걸의 애정과 설득으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낸다. 서로의 음악 속 진정성에 매료된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진다.


걸 역을 연기하는 메건은 어린 시절 미국에서 살다 온 아일랜드 인이다. 가이 역을 맡은 톰은 영국 사람이다. 아일랜드인은 체코 이민자를, 영국인은 아일랜드 인을 연기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그들은 관객을 원스의 세계로 몰입시키기 위해 각각 체코와 영국 문화에 푹 젖어야 했다. 메간은 직접 체코 이민자를 만났다. 그는 "체코인이 쓰는 영어나 체코어 발음을 배우고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톰은 더블린에서 4개월을 뒹굴었다. 그는 "런던이나 서울처럼 빡빡한 삶이 요구되지 않는 곳"이라며 "한 잔으로 시작하지만 한 잔으로 끝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작고 조용한 그리고 느리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떠올렸다.

AD

원스에 낯섦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폴링 슬롤리'나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 같은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면 관객은 10년 전 본 영화 장면을 되새김질하며 향수에 젖는다. 간간이 한국 관객이 공감할 만한 장면들도 나온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이라든지 돈이 없어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문화 등이 그렇다.


'원스'는 이렇듯 낯섦이 주를 이루면서도 가끔씩의 익숙함으로 감동과 재미를 주는 뮤지컬이다. 메간은 "아일랜드 문화가 듬뿍 담긴 작품이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관객이 흥미로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