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되기 왜… 더 뽑는데, 더 힘들지
구직자 늘렸지만, 탈스펙 바람에 구직자 몰려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은행권이 올해 하반기 채용문을 넓혔지만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졌다. 확대된 채용 인원보다 더 많은 구직자가 몰리면서 은행원이 되는 길은 예년보다 험난해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채용이 진행 중인 신한ㆍIBK기업ㆍNH농협은행 등의 경쟁률은 100대1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올해 374명을 선발할 예정인데 경쟁률이 100대1을 훌쩍 넘어섰다. 300명을 채용한 작년 경쟁률은 100대1을 밑돌았다. 올해 채용규모가 전년보다 24.6%(74명) 늘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면서 경쟁률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현재 5ㆍ6급 공채를 동시에 진행 중인 NH농협은행도 경쟁률이 작년보다 높아졌다. 오는 25일 적성검사 등의 필기시험이 예정된 5급 공채에는 1만4800여명이 지원해 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0명 채용 예정인 6급에는 1만7800여명이 몰리며 8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6급은 현재 서류전형을 진행 중으로 다음 주 중 1차 합격자를 발표한 후 다음달 1일 필기시험을 치른다. 총 350명을 뽑는 5ㆍ6급 하반기 공채에 총 3만2000명이 넘게 몰리면서 작년 지원자 숫자를 크게 웃돈 것이다. 5급 신입행원 140명을 채용한 작년 하반기 공채는 1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에는 2만5400여명의 인재가 원서를 냈다. 200명 안팎을 채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27대의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작년 하반기에는 120명 채용에 2만4000여명이 지원했다.
은행권의 채용 경쟁률이 더욱 치열해진 것은 대다수 은행이 서류에서 어학점수와 자격증 기재란을 없앤 '탈(脫) 스펙'의 열린 채용을 진행한 결과다. 은행권 관계자는 "취업난이 가중될수록 안정적이면서 복리후생이 좋은 은행원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하게 올해 채용 규모를 늘린 금융 공기업의 채용문은 조금 숨통이 트였다. 오는 24일 일제히 필기시험을 치르는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은 청년고용 확대 차원에서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8~26명씩 늘렸다. 덕분에 작년 100대1을 넘었던 채용 경쟁률도 소폭 낮아질 전망이다. 인ㆍ적성 검사 등의 간단한 필기시험을 치르는 은행권과 달리 이들 금융 공기업은 학술ㆍ논술 과목으로 구성된 필기시험을 치른다는 게 부담으로 여겨지면서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같은 날 일제히 필기시험을 치르는 등의 변수도 중복 지원을 막는다. 금융 공기업은 2000년 중반부터 한국은행이 먼저 시험 날짜를 공고하면 잇달아 같은 날을 필기 시험일로 정해 같은 날짜에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실제 금융 공기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예보의 경우 작년 경쟁률은 264대1이었지만 올해는 192대1로 조금 떨어졌다. 70명을 채용하는 한국은행의 경쟁률도 58대1로 작년 76대1보다는 낮아졌다. 작년 100대1을 기록했던 산은의 올해 경쟁률도 57대1로 낮아졌다.
금융 공기업 한 관계자는 "채용 경쟁률이 떨어진 것은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조금 늘린 영향과 함께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마련을 기점으로 각종 후생복리가 감축됐다는 사실이 취업 준비생들에게 알려지면서 금융 공기업보다는 은행을 좀 더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뀐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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