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위헌' 판단…"비판과 참여 보장, 민주주의 정신 위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유신 시절 만들어진 '국가모독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1일 서울중앙지법이 제청한 옛 형법 제104조2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과거 국가모독죄로 처벌받았던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양성우 시인은 1975년 시국기도회에서 '겨울공화국'이라는 시를 발표했다가 파면됐다. 또 1977년 6월 일본잡지 '세카이'에 발표한 '노예수첩'이라는 시를 통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표현했다. 한국은 인권탄압 때문에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신 시절 '국가모독죄' 위헌…"표현의 자유 제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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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시인은 이러한 행동 때문에 국가모독과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 양 시인은 2012년 10월 1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재심 과정에서 형법 제104조 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형법 제104조 2는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국인이나 외국단체를 통해 대한민국이나 국가기관을 모욕할 경우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헌재는 옛 형법 제104조 2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당시 언론이 통제되고 있던 상황 등에 비춰보면 국가의 안전과 이익, 위신 보전을 입법목적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가와 국가기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진정한 대한민국의 이익 보전은 다양한 토론과 논의의 장을 통해 이뤄지므로 이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국가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과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에 비춰 볼 때 기본권 제한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의 안전, 이익, 위신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의미내용이 불명확하고 적용범위가 광범위한 형사처벌 조항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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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관계자는 "심판대상조항은 1988년 개정 형법에서 이미 삭제됐으나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갖는 가치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결정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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