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월16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엘리노 연방교도소를 전격 방문해 장시간 머물며 재소자들과 대화하고 시설도 직접 점검했다. 현직 미 대통령이 범죄자가 우글대는 교도소를 직접 찾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저커버크 CEO 역시 지난 13일 임신 중인 아내 프리실라 챈까지 대동하고 샌프란시스코의 샌틴 교도소를 찾아가 유명인사들의 교도소 방문 행렬에 동참했다. 그는 교도소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자기의 페이스북 계정에 "미 사법 시스템이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소감을 올렸다.
이들이 교도소를 찾아간 까닭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근본 문제의식은 같다.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는 미 사법제도의 심각성을 드러내 하루빨리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바로 그것이다.
단순 초범이라도 일단 유죄가 확정되면 가차 없이 교도소에 수감되고 일찌감치 사회에서 차단된 젊은이들은 재범의 늪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현재 미 교도소에 갇혀 있는 수감자만 240만명이 넘는다. 이미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얻은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러니 교도소를 아무리 지어도 부족하게 마련이다. 현재 적정 수용 인원을 40%나 초과한 상태다.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최근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 법무부 전체 예산 270억달러(약 30조5910억원) 중 3분의 1이 교도소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교도소 방문 당시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갇혀 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도 행정에 들어가는 한 해 예산이면 미 전체 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13일 CNN 방송 주최 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너무 많은 미국 젊은이가 불필요하게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면서 "나라면 교도소 예산을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논란의 이면에는 미국 내 인종차별과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흑인 인구 비율은 13%다. 그러나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 흑인 비율은 40%에 이른다. 최근에는 히스패닉계 수감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내 흑인과 히스패닉계 젊은이들이 전과자라는 낙인 아래 차별받으면서 결국 사회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회경제적 배경에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제도 개선 의지가 맞물려 요즘 미국에 수감자 조기 석방 바람이 불고 있다. 미 교정 당국은 다음 달 2일까지 재소자 5500명을 조기 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내년에는 8800명이 조기 석방 혜택을 받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단순 마약 사범 4만6000명이 조기에 풀려날 듯하다.
최근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들은 마약 사범에 대한 의무형량 부과 완화 법안을 공동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마약 사범에 대한 '최소 의무형량(mandatory minimum sentence)'제도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소 의무형량이란 일정 형량 이상을 선고하도록 못 박은 것이다.
특히 수용시설이 한계에 이른 데다 예산 압박까지 받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최근 독자적으로 대규모 조기 석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캘리포니아주의 일부 주민은 마약 사범뿐 아니라 성폭행범, 폭력범 같은 일반 범죄자까지 조기 석방되면서 치안이 불안해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범죄자들이 별 교정 대책 없이 대거 풀려날 경우 치안과 안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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