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용역 직원 관리·감독 허술 논란 도마에…5000만원 훔친 정씨 단순절도죄 적용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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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한국은행에서 외주용역으로 일하는 지폐정사기 수리기사 정모씨(26)가 돈 5000만원을 절도하려다 붙잡힌 사건이 일어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은 전체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외주용역업체 직원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발생한 한은 부산본부의 지폐 도난 사건과 관련된 논란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①외주용역에게 화폐관련 업무 맡길 수 있었나?

한은은 정씨가 맡은 업무가 화폐를 세거나 관리하는 업무가 아니라 지폐 정사기를 수리하는 업무였기 때문에 외주용역을 줄 수밖에 없는 분야라고 설명한다. 정 씨는 한은 부산본부에서 정사기 수리 업무를 보던 외주업체 파견직원이다. 한은 부산본부는 정사기 고장이 잦아 2년4개월동안 수시로 정씨를 불러 수리업무를 맡겼다. 한은이 외주업체 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일반직 공채를 통해 뽑는 사람 외에도 비서나 청소, 관리업무를 맡기기 위해 상당수를 정규직 외로 뽑는다. 작년 기준 전체 직원 2493명 중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소속외인력으로 들어가는 한은 임직원 외 인원은 총 276명으로 전체의 11%에 달한다. 2012년 10.6%, 2013년 10.9%로 조금씩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놓고 외주용역 직원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주업체 직원이라고 해도 매일 출근하다보니, 감시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데 그게 덜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으로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한은 발권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주용역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은행 국장은 "한은도 공공기관 비용절감의 영향을 받다보니 매년 퇴직하는 직원만큼 직원이 수혈되지 못하고, 그 공백을 외주용역으로 채우고 있다"면서 "정규직원에 비해 로열티가 낮은 외주용역 직원으로부터 생긴 문제인데 결국 비용절감이 불러온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여년만에 한번 일어난 일이면 개기일식보다 더 낮은 빈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②절도자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


정씨가 받게 될 처벌은 그가 한은 정규직원이 아닌 외주 용역인데다,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절도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배임·횡령에도 해당하지 않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의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은법에선 화폐절도와 관련된 법령을 따로 특정 하진 않고 있다. 이에따라 정씨는 형법상 처벌을 받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더해 형법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도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변호사는 "외주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점유'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아 횡령배임보다는 단순절도죄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5억 미만이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중앙은행이란 특수한 곳에서 절도를 했기 때문에 양형이 가중될 수 있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가능성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③"CCTV 사각지대 많았다"…향후 대책은?


잡힌 정씨가 "CCTV 사각지대가 보였다"는 진술을 하게되면서 한은은 CCTV설치대수를 늘리는 것을 중심으로 대책안을 내놨다. 발권규정도 강화하거나 다듬을 전망이다. 정씨가 정사기에서 돈을 뺄때와 본관에서 들고 나갈 때 아무도 절도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부 용역업체 직원은 한은 내부 직원이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발권국의 내부규정이 부산본사에서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부감사를 진행중이고 관련 발권규정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내주 중으로 추가적인 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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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왜 부산본부에서 두번 연속 같은 사건이 일어났나?


한국은행의 화폐도난 사건은 1994년에도 부산본부에서 발생했다. 서무직원 김모씨가 지폐 4억2000만원을 빼돌린 것이다. 한은은 이 사건을 숨기고 있다가 진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불거지자 언론에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은은 아무런 관련성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지 해픈투비(happen to beㆍ우연하게도 결과적으로)이지 부산본부에 특별히 문제가 있어 서 20년만에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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