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주유소 기름 섞어팔기 논란…"혼합판매 활성화"vs"상표권 침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2011년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석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가격인하 유도를 위해 알뜰주유소, 석유전자상거래 등이 출범했다. 이와 함께 추진된 것이 '석유제품 복수상품 자율판매(혼합판매)'다. 상표 주유소에서 타사 석유제품을 혼합해 판매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한 것인데 2012년 9월 허용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공식적으로 혼합판매를 하고 있는 주유소는 전무하다.
주유업계와 시민단체 등은 혼합판매를 활성화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 '상표권 침해'라고 맞받아치면서 논란이 일어 음성적인 혼합판매만 이뤄지고 있다.
2012년 허용당시 제기됐던 혼합판매 논란이 최근 한국주유소협회의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사업' 추진을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유소협회는 오는 11월부터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주유소들의 '물량구매계약 전환지원사업'을 추진한다. 현재 정유사-주유소간 계약에는 모든 물량을 반드시 계열 정유사에서만 공급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주유소협회는 이를 '물량구매계약'으로 전환해, 일정 약정물량 외에는 타사 제품도 공급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타사의 덤핑 판매 가격이 ℓ당 최대 50원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미 음성적으로 이같은 혼합판매가 진행 중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정유사 상표주유소 중 88%가 취급물량의 20~30%를 혼합해 판매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초과 생산된 과잉물량에 대해 관행적으로 현물대리점들을 통해 덤핑물량으로 ℓ당 20~50원 저렴하게 판매한다"며 "주유소간 가격경쟁이 매우 치열한 주유소에서는 현물시장 등을 통해 거래되는 타사 제품이 계열 정유사의 공급가격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계약 위반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성적인 혼합판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음성적 혼합판매는 지난 2012년 17%에서 2014년 31.8%로 확대됐다. 정유사에서도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주유소가 음성적으로 혼합판매를 하고 있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주장하는 '석유 혼합판매 활성화'가 더욱 힘이 얻고 있다.
14일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주최로 열린 '석유시장 유통정책 평가 세미나'에서 윤원철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석유제품은 이미 정유사간 제품거래로 교환되고 있으며, 동질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표로 인한 차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혼합판매 활성화를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각 사별 제품혼합에 따른 품질 및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났고, 혼합판매 시행을 알리는 표시의무도 완화되는 등 제도적 결함도 상당부분 해결됐다"며 "다만 혼합판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어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데 이에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다. 혼합판매 확대는 각 정유사들이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며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원준 대한석유협회 정책본부장은 "민간 부문에서 브랜드는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는 중요한 가치"라며 "혼합판매 확대는 상표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정유사간 이미 제품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주유소간 제품혼합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석유 정제시설이 울산ㆍ여수ㆍ온산ㆍ대산 등에 한정돼있어 지역독점을 막기 위해 제품교환을 허용하고 있는 것 일뿐, 주유소 혼합판매와 같을 순 없다며 반박했다. 또한 혼합판매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며 정유사간 품질경쟁도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본부장은 "최근 환경부는 국내 정유4사의 환경품질이 별5개로 최고등급이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각사의 품질경쟁에 따른 결과"라며 "혼합판매시 품질경쟁이 무의미해 질 수 있어 국민의 환경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정착화한다면 이후 국민부담이 더 증가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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