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라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시그마타워에서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3주년 기념식에서 "과거 한 때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만이 옳다고 여긴 나머지,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실기한 적도 있었으며 또한 집중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역량을 분산시킴으로써 어려움을 자초한 경험도 있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적극적인 대내외 소통을 통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우물한 개구리', '실기', '과거의 어려움' 등은 그룹이 아픈 역사를 의미한다.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한라그룹은 중공업, 건설을 주력으로 한때 재계 서열 10위권을 넘봤지만 1990년대 후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위기 등이 겹치면서 부도를 맞아 건설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를 매각하며 와해됐다. 건설회사인 ㈜한라의 안정적 성장을 바탕으로 2008년 만도를 되찾은 뒤 그룹 재건에 나서 현재는 재계 30위권으로 도약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1일을 기점으로 그 이전을 "그룹의 재건과 도약", 그 이후를 "지주회사 체제의 시작과 영속기업 기반 구축"의 시기로 정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경영기조로 설정했다. 정 회장은 창립 53주년을 맞아서는 내부역량(Fundamental)을 튼튼히 하고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평소 생각한대로 가감없이 전달한 것이다.
정 회장은 다음으로 일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강조하면서 특히 평가보상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명확한 목표설정 및 공정한 실적평가와 더불어 잘한 것은 분명하게 보상하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 개인과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고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또 아무리 좋은 생각 훌륭한 전략도 인적·물적 자원이 없으면 효율적으로 구현해낼 수 없다고 보고 특히 인적자원의 확보와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 회장과 그룹 사장단은 지난 1일 경기도 양평의 선영을 방문하고 고 정인영 명예회장에 대한 참배를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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