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 교훈]세일 폭 늘렸더니 지갑 여네
'블프'에서 배우는 교훈-시리즈 (상)마진 줄여 판매 늘리자
블프 효과로 백화점 4년여만에 두 자릿수 매출 신장…잇따라 혜택 늘려
할인 폭 늘리면 소비 증대→재고업체 재고 해소→생산증대→내수 회복 '경제윤활유 효과
박근혜 정부가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기조로 내수 진작을 내세웠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블프)에 이어 연말에도 대규모 소비촉진 이벤트를 열 예정이다. 사실 코리아 블프는 엇박자속에 시작됐다. 관 주도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정부는 소비촉진을 내세웠지만 기업은 재고처분을 기대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그러나 성과는 컸다. 정부가 대규모 할인을 내세우고 뒤늦게 기업이 화답하면서 할인폭이 큰 상품이 매대를 채운 결과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이번 블프가 소비시장 활성화에 주는 교훈이다. 기업들이 유통 마진을 줄여 할인폭을 늘리고, 소비자의 구매빈도수가 잦아진다면 인구 5000만도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니다. 엇박자속에 시작된 이번 블프에서의 교훈을 잘 활용하면 올 하반기 블프는 소비진작의 중대한 기로점이 될 것이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두 자릿수 매출 신장율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기대 안했는데 '블프' 효과가 대단하네요."(롯데백화점 A 관계자)
"내년부터 코리아 블프를 정례화하고 좀 더 체계를 갖춰 진행하겠습니다."(황규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
정부와 유통기업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블프) 초반 실적에 고무돼 있다. 초기 소비진작 효과에 유통업계는 추가 혜택을 일제히 내놨다.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은 세일 참여 브랜드와 할인율을 확대하겠다고 6일 밝혔다. 롯데는 노마진을 앞세웠고 신세계는 최초로 신상품 할인까지 전면에 내세웠다. 대형마트와 슈퍼, 면세점 등도 할인율을 늘리고 품목도 더 끼워넣었다. 반전된 소비심리를 이참에 확실히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얼어붙었던 소비심리에 온기가 돌자 정부 역시 매년 블프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블프와 비교해 낮은 할인율과 저조한 참여업체 등 기존 세일과 다르지 않다는 논란을 의식해 내년부터는 할인 판매 품목과 세일 폭 등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이벤트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블프를 계기로 기업들의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할인 폭이 높으면 소비자들이 몰렸다는 점이 블프를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일산 킨텍스에서 대규모 출장세일을 실시해 총 130억원어치를 팔았다. 당초 목표 60억원보다 2배 규모로 역대 행사로는 최대치를 벌었다. 재고 소진 개념이었지만 80~90% 세일 소식에 4일간 80만명 이상이 몰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이같은 이벤트가 소비를 늘리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지만 제조업 전반적으로 심각한 제고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진작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통 마진을 줄여 할인 폭을 늘리면 소비가 증가하고 제조업체의 재고 문제도 해소돼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생산증대로 이어지면서 국민소득을 높이고 높은 소득이 또 다시 소비로 이어지면서 침체된 경제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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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생산-소비 구조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면 기업 역시 마진율은 줄지만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체 이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마진 축소를 통해 할인율을 높인 사례는 해외 직접구매(직구)에서도 나타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시장 규모는 15억5000만달러(약 2조원)로 전년대비 48.5% 성장했다. 기업 마진을 과감히 줄이고 많이 파는 전략으로 선회하면 소비자들이 값싸고 질좋은 제품에 대한 친숙함으로 부담을 털어내는 계기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마진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마진율이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소비 침체기를 거치면서 마진율도 어느 정도 조정이 됐을 것"이라며 "무리하게 마진율을 내리는 것도 기업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B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영업이익률이 7% 정도에 불과한데 마진은 이익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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