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시장경제 질서 뒤흔드는 무역이익공유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법적으로 심대한 문제가 있고 측정도 제대로 안 되는 이익을 나누자는 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여야의 '무역이익공유제' 밀어붙이기에 털어놓은 속내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이 손해를 보는 농수축산 분야를 지원하자는 것이 무역이익공유제다.
여야 모두 법제화에 서두르면서 FTA 비준을 연내에 끝마치려는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역이익공유제는 '사회정의'라는 측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한두 가지 문제만 담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
우선 이중과세의 문제다. FTA로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제조기업은 이미 합리적으로 책정된 세금을 내고 있다. 추가로 무역이익을 골라내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사실 FTA로 얼마나 이익을 추가로 냈는지 측정도 불가능하다.
특히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모두 평가해 분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꼴이 된다. 이익 추구가 막혀버린 국가에서 누가 기업을 하겠다고 나설지 의문이다.
우리 정부는 호주, 캐나다와 맺은 FTA로 농축산업 분야에서 15년간 2조1329억원의 생산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한중 FTA 발효 후 20년간 농림업과 수산업에서 매년 77억원과 104억원의 피해도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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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비해 정부는 FTA 피해지원제도를 통해 대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호주, 캐나다 등과의 FTA 체결로 피해가 우려되는 농축산 분야에 예산을 증액해, 2024년까지 모두 11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발표했다. 예상되는 피해규모의 4배 이상이다.
그래도 피해 대책이 부족한지 묻고 싶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선'으로 가는 지름길로 무역이익공유제를 내세웠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국가경제 근간을 흔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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