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눈치에, 선거구 미정'…비례대표의 지역도전 수난기
내년 총선까지 200여 일…선거구 획정 안돼 적극 행보 어려워
같은 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지지기반 확보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0대 총선이 20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힘겹다. 일찌감치 지역을 정한 의원들은 추석 연휴를 맞아 지역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의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지역구 행보를 방해하는 가장 큰 변수는 선거구 획정이다. 선거구가 가변적이어서 지역구 선택을 망설이거나 '분구'를 예상하고 자리를 잡더라도 현역 의원의 눈치를 보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분구가 예상되는 서울 강남지역을 일찌감치 정했다. 하지만 강남구에서 아직 본격적인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가 어떻게 나눠질지 아직 알 수 없어 섣불리 지역구를 다니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올 상반기에는 강남 지역구 의원이 아닌 인근 서초갑 지역구의 김회선 의원 주최 세미나에 참석해 강남 출마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인천 연수구에 속해 있는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다. 연수구가 인구 상한선 초과로 내년 총선에서 분구가 예상되면서 송도신도시를 미래의 본인 지역구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든든한 후원군이 될 수 있는 책임당원 모집은 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구가 획정된 이후라면 무방하지만 현재로서는 지역구 의원의 심기만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지역구는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욱부장관이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책임당원을 모집할 수 있는 여건은 안된다"고 말했다.
분구 대상이 아닌 지역구에, 그것도 같은 당 의원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에 도전할지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부산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선거구가 새로 만들어지는 부산 해운대를 지역구로 결정했지만 이곳은 하태경·배덕광 의원이 활동하고 있어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또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같은 당인 문대성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 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같은 당 대표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 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대변인인 신의진 의원은 길정우 의원 지역구인 서울 양천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은 고향인 대전 대덕구 출마를 고심하고 있지만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이 활동하고 있어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향인 대덕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을 보고 있는데,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예비 후보들간 치열한 다툼을 예고하는 사례도 있다.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 마포을 출마를 이미 선언한 상태다. 이 지역은 김성동 국회의장 비서실장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혀 당내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수원갑에서 박종희 전 의원(현 새누리당 제2사무부총장)과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선거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밀린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추석 때도 수성갑 지역을 돌아다니는 등 지역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추석연휴 기간 동안 지역 일정이 꽉 차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강서을 당협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같은 당 한정애 의원과 맞붙을 처지에 놓였다.
물론 여러가지 사정으로 아직 지역구를 결정하지 못한 의원들도 제법 있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추석연휴 동안 자녀들과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같은당 신경림·문정림 의원은 지역구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또 지역구를 챙기기가 어려운 등 여러가지 이유로 내년 총선에서 아예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원들도 더러 눈에 띈다. 양창영·손인춘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선언한데 이어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내년 총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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