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매제 오갑렬 ‘무죄’, 기구한 사연
도피총책 지목돼 불구속 기소…형법, ‘인척관계 범인도피’ 처벌 예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도피 총책'으로 지목됐던 오갑렬 전 체코 대사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용덕)는 범인은닉·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오씨 무죄 판결에는 기구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
오씨는 유 전 회장 여동생 유경희씨 남편이다. 유 전 회장과 여동생은 '2촌 관계', 여동생과 오씨는 부부관계로 '무촌 관계'다. 결국 오씨는 유 전 회장 매제로 2촌 관계가 된다. 오씨가 유 전 회장과 인척 관계라는 점은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오씨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인천지검이 '청해진해운 경영진 및 사주 특별수사팀'을 꾸리자 유 전 회장 도피를 주도한 혐의를 받았다.
오씨는 일명 '김엄마' '신엄마' 등과 긴밀히 연락하고, 유 전 회장 도피처를 마련하기도 했다. 오씨는 구원파 신도 김모씨에게 유 전 회장 은신처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자신의 별장을 제공하기로 하고 별장을 청소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김씨 별장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씨 행위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검찰은 김씨가 청소한 행위를 범인은닉 실행으로 판단했다. 오씨를 범인은닉 교사 혐의로 기소한 이유다.
하지만 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법원은 "(은닉장소를 위한 청소는) 범인에게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단계의 행위에 불과하다"면서 "범인은닉죄는 예비 또는 음모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별장을 청소한 행위만으로 범인은닉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오씨는 차량 운전을 통해 유 전 회장을 도피시키고 김엄마를 통해 편지를 전하는 등 도피에 관여한 혐의가 인정됐다. 하지만 법원은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이는 형법 제151조 제2항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범인 은닉 또는 범인도피의 죄를 범할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른 판단이다.
1심 법원은 "유병언의 동생인 유경희의 남편으로서 유병언과 2촌의 인척 관계에 있는 친족이므로 형법 제151조 제2항에 의해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였다.
오씨는 전직 대사라는 신분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오씨는 유 전 회장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지난해 8월 유족 대표로서 유 전 회장 시신을 인계받기도 했다. 형법에는 인척의 범인도피를 처벌하지 못하는 조항이 있다. 오씨의 행위는 처음부터 죄를 묻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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