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100일 '황교안'에서 '김황식'을 보다…친박 잠룡으로 주목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가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6월18일 취임한 황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정국을 정면 돌파한 뒤 현장을 수시로 찾아다니는 등 민생행보를 이어왔다. 이제 그의 시선은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에 집중되고 있다. '관리형 총리'로서 연착륙에 성공한 황 총리에 대한 보수진영 내 인지도가 높아가면서 벌써부터 대권 후보감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황교안'에서 '김황식'을 보다= 황 총리는 취임 때부터 정치권 출신의 '실세총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과제를 충실히 마무리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안정감 있게 내각을 이끌 수 있는 총리를 염두에 뒀고, 황 총리를 낙점했다. 앞서 이완구 전 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총리에 올랐다가 얼마 못가 낙마하면서 안정감 있는 인물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컸다.
이런 배경과 그의 차분하면서 성실한 업무 스타일은 이명박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김황식 전 총리를 닮았다. 김 전 총리는 2010년 8월 당시 김태호 총리 후보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뒤, 구원투수로 등장해 집권 말기까지 2년5개월 간 큰 과오없이 충실히 총리직을 수행했다. '성공한 총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김 전 총리는 여권의 대권후보로까지 떠오를 만큼 체급이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황 총리는 메르스 사태 때 매일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사태 초기 우왕좌왕했던 정부부처를 움켜쥐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했다. 직접 주재한 메르스 대책회의만 26차례에 이르고, 병원이나 보건소 방문 13차례 등 28차례에 걸쳐 메르스 현장을 찾았다. 이후 정부의 경제 살리기와 4대 구조개혁에 힘을 보태며 수시로 현장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안전문제에 몰입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놀이동산, 영화관 등을 연이어 방문해 안전실태를 점검한 뒤 23일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추석 안전대응체계와 학교, 대규모 놀이시설 등의 안전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추석연휴 기간을 '특별안전대책기간'으로 정해 사고예방을 강화하고, 학교 내 소방·가스·전기 등 안전시설에 대한 점검을 정례화 하기로 했다. 황 총리는 지난 22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국민들의 안전이 (총리의) 최우선 가치"라고 강조했다.
황 총리의 취임 일성이었던 '부패척결·정치개혁'은 예상만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총리실 부패척결추진단을 주축으로 검찰과 경찰, 국세청,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사정기관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용히 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직기강 강화를 통해 내각을 장악하려는 모습도 보여진다.
◆대권 프로젝트 시작됐나= 황 총리는 '국민안전'과 '부패척결'을 중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하고 있다. 그는 안전대책과 관련해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챙기면서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면서 "총리실이 해당부처들을 독려하고 있고, (대책 마련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패척결에 대해서도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지만, 부패척결에서 성과를 내도록 할 것",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등 성급하게 밀어부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안전이나 부정부패 문제가 정부와 국민의 인식 변화가 병행해야 본질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꼼꼼하고 철저한 문제해결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묻어난다.
황 총리가 내건 이들 문제에서 성과를 낼 경우, 내각 통할권자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부패척결이 정치개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이 과정에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해결 능력을 보여준다면 단숨에 대권 후보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친박근혜(친박) 진영에 이렇다 할 대권후보가 없다는 점도 황 총리의 역할에 주목하게 만든다. 친박 진영에서는 벌써부터 황 총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민들이 황 총리를 대단히 좋아한다. 꼭 방문해달라"는 뜻을 전했고, 이를 전해들은 황 총리는 대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며 "꼭 가야겠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황 총리는 1995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지낸 것을 시작으로 2003년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2009년 창원지검 검사장에 이어 2009년 8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대구고검 검사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부산고검 검사장으로도 있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을 영남권에서 공직생활을 해 영남권과 인연이 남다르다. 특히 지방근무 가운데 대구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으며, 대구지역 유력인사들과의 친분도 깊은 편이다.
황 총리는 대권 도전과 관련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치지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황 총리는 '일고의 여지도 없이'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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