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예산안]'저성장의 늪' 빠져드나…국가채무비율 40% 돌파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조슬기나 기자] 내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률이 급속하게 떨어지는 데 있어 재정분야에서도 '저성장의 늪'이 현실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의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재정개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꾸준히 개선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2016년 예산안'에서 내년 말 관리재정수지는 37조원 적자로 GDP 대비 -2.3%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33조4000억원 적자에 -2.1%였던 데 비해 적자규모는 3조6000억원이 늘어나고, GDP 대비 적자비율도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기재부는 2년 전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 관리재정수지를 GDP 대비 -0.4%로 줄여 사실상 균형 재정을 이루겠다는 했지만, 2년 만에 2019년 -0.9%로 줄이는 것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국가채무는 올해 말 595조1000억원(추경 포함)에서 내년 645조2000억원으로 50조1000억원이나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1%로 올해 말 예상되는 38.5%에 비해 1.6%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당초 올해 말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와 같은 35.7%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7월 추경을 편성하면서 37.5%로 1.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다시 이를 38.5%로 올리면서 올해만 2.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채무비율의 급속한 상승은 경제 부진으로 세수결손이 커지고, 부동산 거래 증가에 따른 주택채 발행이 확대되는 등 국가채무가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 올해 추경으로 9조5000억원의 국고채를 추가로 발행했고, 올해 말 주택채는 지난해 말에 비해 7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채무비율은 국가채무를 GDP 성장률로 나눈 값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 정부는 올초까지만 해도 실질성장률을 3.8%를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3.1%로 대폭 낮춘 상태다. 당초 내년 성장률도 3.5%를 전망했지만 이번에 3.3%로 하향 조정해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성장률의 변동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전 세계가 확장 재정으로 자국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적자를 내지 않겠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한국이) 세계 1위라는 것을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국가채무비율은 크게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치는 114.6%(올해 전망치)에 달한다. OECD 국가들의 국가부채비율 평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3.5%에서 41.1%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28.7%에서 38.5%로 9.8%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향후 고령화로 기초연금 등 복지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과 통일 등의 미래 외부변수에 대비해 20%포인트 정도를 범퍼로 두고 있다. 사실상 국가부채비율 60% 수준의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가 중국 경제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면 재정건전성도 위협을 받는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지예산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60년까지 실질성장률이 0.8%, 경상성장률이 1.9%로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복지분야 의무지출이 지난해부터 2060년까지 연평균 5.8% 증가해 의무지출 증가율(5.2%)과 총지출 증가율(4.6%)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예상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낮춰 잡았지만 3%대 성장을 달성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낮춰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재정준칙 도입과 재정개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의무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내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의 법제화, 총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도록 하는 재정준칙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입법뿐 아니라 의원 입법에도 페이고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정사업은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부처별 유사중복사업은 통폐합한다. 올해 예산에서 370개, 내년 예산에서 300개가 이미 통폐합됐다.
국고보조금사업의 경우 사업 수를 16% 줄인데 이어, 100억원 이상 대규모사업에 대해 새롭게 적격성 심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연간 2조원을 아껴 일자리, 민생안정 등 꼭 필요한 분야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부채관리와 관련해서는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170%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밖에 연기금, 우체국예금 등 자산운용시스템을 개선하고 교부세 제도 등을 개편하는 등 비효율적인 재정제도도 손볼 계획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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