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伊경제의 새 고민거리 '남북격차 확대'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탈리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남북 격차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메초조르노(Mezzogiorno)'로 불리는 남부 지역 경제가 낙후돼 있다. 인구 감소, 부정부패의 만연, 높은 실업률, 낮은 혁신성 등은 남부 지역 경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지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2010년 유럽 부채위기가 불거진 후 부각된 문제점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남부 지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이탈리아 내수 경기가 부진에 빠졌을때 해외시장에서 충격을 상쇄할 수 있었던 다른 지역과 달리 남부 지역은 내수 부진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부채위기 후 이탈리아 정부가 취한 긴축 정책은 내수를 위축시켜 남부 지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이 때문에 유럽 부채위기를 거치면서 남북간 경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난해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0.4% 줄었는데 남부 지역 GDP는 1.3%나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2009년 이탈리아 남부 지역의 1인당 GDP는 다른 지역 1인당 GDP의 56.2% 수준에 불과했다. 부채위기를 거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53.7%로 떨어졌다. 1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남부 이탈리아 지역 주민들 중 연 소득이 1만2000유로가 안 되는 주민의 비율은 60%가 넘는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28.5%에 불과하다.
로마 소재 루이스 대학의 마테오 카롤리 교수는 남부 지역 경제의 취약성을 지적하며 "승자는 훨씬 더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뒤처졌다"고 말했다.
남북 경제 격차는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에게도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소설 '고모라'를 통해 마피아의 실상을 고발해 유명해진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지난 1일자에서 렌치 총리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그는 남부 지역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렌치 총리는 이러한 불만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9월 중순까지 남부 지역 경제를 도울 수 있는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2020년까지 남부 지역 인프라건설에 1000억유로를 투자한다는 구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민주당의 경제자문을 맡고 있는 필리포 타데이는 "남부와 북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전과는 다른 상당한 돈을 풀 것"이라고 말했다.
타데이는 저소득 노동자 계층에 매월 80유로를 지원하는 등 지난해 렌치 총리가 도입했던 경제 개혁 조치는 이미 남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1분기 585만명 밑으로 떨어졌던 남부 지역 고용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 평균 20.7%를 기록했던 실업률도 올해 1분기에는 20.5%로 하락했다.
타데이는 또 칼라브리아주의 소프트웨어 클러스터와 아풀리아주의 바이오 기업, 캄파니아주의 우주항공 부문 기업들을 언급하며 남부 지역 경제의 탁월함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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