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난생 처음 비행기 타보는 승객들로 골머리
올해 300만명 비행기 처음 타보는 나라…화장실 간다고 비상구 열어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베트남 당국이 난생 처음 여객기에 오르는 승객들의 돌발 행동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인구 9000만의 베트남은 20년 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10대 항공시장 가운데 하나가 될 듯하다. 오늘날 베트남 인구 5명 중 1명꼴로 항공여행에 나선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20년 뒤면 거의 모든 베트남인이 항공여행을 경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 소재 엠브리 리들 항공 대학 아시아의 그레이엄 헌트 학장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여객기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이들이 너나할것없이 비행기에 오르면 적잖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하노이 공항에서 호치민시(市)로 향할 예정인 비엣제트항공 175편의 비상구가 활짝 열렸다. 비행기를 처음 타본 43세 농민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며 연 것이다.
이에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지고 다른 여객기들도 3시간 연착됐다. 비엣제트는 이번 사건으로 3만달러(약 3360만원)를 손해봤다. 비엣제트는 올해 예상 탑승객 1000만명 가운데 적어도 30%가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고객일 것으로 보고 있다.
비엣제트의 루 둑 칸 대표이사는 "사고 예방 차원에서 승객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엣제트는 기내 화장실 문 앞에 승무원을 배치한다. 난생 처음 여객기에 오른 승객이 화장실 문을 닫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기내 화장실을 못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다른 승객들까지 불안에 떨게 만든 이도 있다. 항공사 측은 승객들에게 씹던 껌을 뱉고 싶으면 꼭 구토용 봉지에 뱉어달라고 당부한다.
일부 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 좌석 밑의 구명조끼를 갖고 내리려 한다. 구명조끼가 비행기 삯에 포함된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 승객이 수하물 허용량을 둘러싸고 공항 직원과 실랑이하다 그에게 손찌검해 6개월 간 항공기 탑승이 금지됐다. 지난 6월에는 비엣제트 직원을 발로 걷어차 벌금이 부과된 승객도 있었다.
승무원들은 난생 처음 비행기에 오른 듯한 승객을 예의주시한다. 이들은 대개 긴장 혹은 흥분 상태여서 곧 눈에 띈다. 헬멧을 들고 탑승했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머리에 쓰는 초보 승객도 있다.
베트남 정부가 항공시장을 점차 자유화하자 젯스타퍼시픽ㆍ비엣제트 같은 저비용 항공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하노이~호치민시 노선 왕복 항공권 값은 108달러에 불과하다. 베트남 주재 미국 하버드 대학 행정대학원의 은구옌 슈안 탄 수석 연구원은 "그 덕에 저소득층도 항공편으로 여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베트남인들의 해외 여행이 늘면서 올해 미국 비자 신청 건수가 50% 급증했다. 비자 발급까지 2개월이 걸리곤 한다. 에어버스의 아시아 마케팅 담당자인 요스트 반 데르 하이덴은 "베트남과 관련된 항공여행이 향후 20년 사이 10% 이상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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