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여담]베일 쌓인 지분구조 '롯데'... 금융당국 뒷북 조사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5대 그룹인 롯데그룹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오후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밝힌 말이다.
최 부총리가 세제 관련 회의에서 뜬금없이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언급한 것은 롯데로 인해 국민정서가 악화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제 수장으로서 경제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진 박근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구상에 롯데 사태가 걸림돌이 될수 있는 만큼 재벌의 눈꼴 사나운 경영권 분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최 부총리는 비판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견제와 압박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이번 롯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관계 기관이 엄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어조였다.
최 부총리뿐만이 아니다. 이날 오전에는 금융감독원이 롯데그룹에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대표자와 재무 현황 등의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국세청도 롯데그룹의 광고대행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의 해외계열사 실태 파악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이 일제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며 롯데 측을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개입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방관만 하다가 뒷북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와 함께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L투자회사가 등장한 것은 8~9년 전의 일이다.
불투명한 지배 구조,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거대 기업을 지배하는 황제 경영의 본보기였던 롯데를 정부는 사실상 방치했다. 제대로 된 조사나 자료 요구조차 없었다.
이런 맥락에서 롯데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 대한 책임에서 금융당국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금융당국이 늦게라도 메스를 들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성과를 내는 데 있다.
모처럼 만에 꺼낸 칼날을 그냥 집어넣을지, 아니면 롯데 오너가의 민낯을 밝힐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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