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눈물 ② 부당대우 및 폭언·폭설 시달리는 '청년알바'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너는 대체 부모가 어떻게 널 키웠길래, 서빙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 알바 대학생 곽모(25.서울)씨는 가게 사장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몇 해 전 갑자기 집안 사정이 어려워졌을 때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고 알바를 시작했는데, 이런 욕을 먹고 보니 분하고 서러웠다.


알바는 왜 이런 눈물을 흘려야 하나. 고용주의 막말도 힘겹지만 손님들이 함부로 내뱉는 조롱어린 말도 견디기 어렵다. 거기에다, 받는 돈까지 벼룩의 간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 간을 떼먹는 일도 많다. 최저임금을 안지키는 곳도 많고 임금체불도 다반사란 얘기다.

알바들이 돈에 울고 폭언에 운다. 우리 사회는 왜 청년들을 함부로 부리며 '나쁜 세상'에 대한 기억부터 심는가. 그 실태를 들여다본다.


◇못 생긴 게 계산도 못하고=대학생 곽씨는 음식점 서빙을 하다가 갑자기 부모를 욕하는 가게 업주 때문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집안 사정이 어렵고 당장 알바를 그만 두면 대책도 없는 터라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

"왜 내가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가?" 집에서도 그 수모가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국에 신고를 할까 생각까지 해보았으나, 그래 봤자 자신한테 돌아오는 건 '해고' 뿐일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박모(25·서울)씨는 어느 날 저녁 술 취한 손님에게 잔돈을 거슬러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다 계산이 틀려 2백원을 덜 주었다. 갑자기 손님이 박씨를 향해 큰 소리를 질렀다. "야, 계산을 이따위로 하면 어떡해? 생김새도 뭐같은 게 산수도 못해?" 술냄새가 확 끼쳤다.


험악한 얼굴로 노려보는 손님 앞에서 박씨는 연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잔돈을 다시 거슬러 주었다. 대놓고 외모를 거론하며 욕설을 퍼붓던 진상손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박씨는 소름이 쫙 끼친다. 이런 일이 있은 뒤 더 이상 출근도 하기 싫어졌지만, 생계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예측불허의 고객을 늘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업 알바는 힘겨운 '감정노동자'일 때가 많다.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는 허술하다 못해 아예 없다. 작년 청년유니온이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청년 22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73.3%가 고객의 무리한 요구와 언어, 신체, 성적 폭력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장님, 최저임금도 안되는데요=배달 관련 일을 하는 알바생 김모(27. 서울)씨는 자신이 받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것을 발견하고 업주에게 따졌다. 사장님에게서 돌아온 말은 훈계였다. "젊은 사람이 일을 배울 생각을 해야지. 벌써부터 돈만 따져서야 쓰나? 딴데선, 임금을 제때 안주는 일도 많다더라. 난 꼬박꼬박 챙겨주잖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고용노동부가 점검한 업체 16만7286개소 가운데 6만9971개소가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었다. 건수로는 7만 6425건이었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사법처리가 된 건 단 82건, 과태료를 부과한 건 18건 뿐이었다. 그야 말로 법적조치는 시늉 뿐이었다. 저 업주 말마따나 임금체불도 심각했다. 구인업체 '알바몬'이 최근 청년 알바생 61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7.9%가 임금체불을 겪었다.


◇전문가들 "노예알바 대책 급해"=전문가들은 알바 청년들의 고통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감정노동과 관련한 정신적 학대행위와 부당 임금에 대해선, 당국의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AD

이혜정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사무국장은 "고용주와 알바의 관계는 계약상의 갑과 을이지만,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감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주인과 노예와 다름 없다"며 "노동자와 고용주 개인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처벌과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