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나는 어머니와 산다
치매 어머니 직접 모신 것이 내 삶 최고의 선택
“어머니를 모시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것 중 하나는 어머니를 모시겠다고 한 일이다. 치매 초기의 어머니를 모신 지 7년,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어머니의 지혜를 배웠다. 침묵으로 올바른 인간관계를 가르쳐주는 큰 스승이다. 병든 노년은 상실의 미끄럼틀이 아니다. 단 한 사람의 가족이라도 손을 잡아주면 누구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머니도 넉넉해지셨다. 나는 어머니가 인간의 자존심을 최대한 끝까지 지키도록 해 드리고 싶다. 지금은 어머니 일이지만 곧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의 말부터 편집한 이유는 늙고 병든 부모를 봉양하는 것에 대해 일개 서평가가 아무리 좋은 문장을 만들어낸들 그 업을 직접 견뎌내는 사람의 고백을 능가할 수 없어서다. 올해 한 소장의 나이는 58세로 추정된다. 2012년 2월 9일의 간병일기에 ‘이순이 5년 남았다’고 해서다.
58세 장년의 아들이 지난 2009년 3월 28일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치매 초기의 어머니를 덜컥(?) 모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병일기를 썼다. 이 책은 2009년 8월 2일부터 2014년 10월 27일까지 5년 여의 일기를 간추린 책이다. 그저 하루하루의 병세와 대응을 기록한 단순 의료일지가 아니다. ‘가족, 어머니, 노인 간병, 책, 인간관계’ 등을 ‘사랑과 겸허’의 키워드로 버무린 인간 성찰의 고백이다.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중장년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이유이다.
책에는 간병의 노하우가 있다. 국내 간병인은 중국동포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그들의 맘을 얻어야 환자의 회복도 얻는다. 한 소장은 운이 좋았다. 첫 간병인으로 내과의사 출신 중국동포를 만났던 것이다. 그녀의 전문성과 인간성이 무턱대고 어머니를 모셔온 한 소장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녀 이후 몇 사람의 간병인이 오락가락하다 결국 한 소장이 직접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책은 또 출판연구소 저자답게 노부모 봉양의 필독서로 추천하는 <아흔 개의 봄>, <노인 수발에는 교과서가 없다>를 비롯해 모두 31권의 좋은 책들 이야기를 전해준다. 간병 일색이 아니라 성석제 소설 <투명인간>, 김주영 자전소설 <잘 가요 엄마>, 문경보 에세이 <엄마도 힘들어> 등등 희생, 용서, 화해와 같은 인간관계의 매개를 충실하게 다룬 책들도 망라됐다.
연초에 중년 소설가 이상운의 1,254일 간병경험을 기록한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는 책을 소개했었다. 3월에는 일본인 히라야마 료가 쓴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을 또 소개했었다. 지난 40년 간 일본에서 부모를 간병하는 아들이 6배 증가한 만큼 ‘아들의 간병’을 사회문화적 각도에서 접근한 책이었던 바, 우리가 곧 일본을 따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아들의 부모 간병에 관한 책만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한기호 소장이 책에 인용한 이시영 시인의 시구가 가슴을 후빈다.
“강한 거센 빗줄기 사이로 어떤 뼈아픈 후회가 달려오누나. 그 앞에서 조금 더 겸허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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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머니와 산다 / 한기호 지음 / 어른의 시간 펴냄 / 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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