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전엔 자동차, 어제는 냉장고…中, 韓 기술 무차별 확보 나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나라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거나 유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현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대가를 지불하는 산업스파이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인수합병이나 합작사 등을 통해 기술 유출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막아내는 방패는 약하고 중국이 겨냥한 창은 날카롭다. 우리나라가 가진 1등 기술은 모두 중국으로 가져가겠다는 심사다. 줄곧 3년 이상을 유지했던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지난 2012년 2년, 현재는 1년으로 좁혀졌다. 조만간 역전도 예상된다.
수원지검 형사 4부는 20일 삼성전자 냉장고 T9000의 제조기술을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에 빼돌리려 한 전 삼성전자 직원 일당을 불구속 입건했다.
T9000은 국내 최대 용량 냉장고로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기존 냉장고와 크기는 비슷하면서 공간은 넓힌 제품이다. 유출이 시도된 기술은 철판인쇄 공법 등으로 만약 유출됐다면 하이얼과 삼성전자의 냉장고 설계 기술이 급격하게 좁혀질 우려가 있었다.
불과 3일전인 17일에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전직 직원들이 자동차 부품설계도면을 빼돌려 무더기로 적발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7년에도 쏘렌토를 비롯한 신차 차체조립 기술이 유출됐고 같은 해 4단 자동변속기 제작기술을 CD에 담아 중국 자동차 업계에 넘기는 일도 있었다. 중소 협력사를 통해 국내 자동차 엔진설계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LG도 지난해 중국법인을 통해 자동차 주물 부품의 설계도면 등 핵심기술자료가 유출되며 홍역을 겪었다. 당시 총 1302개의 기술이 유출됐는데 이는 회사 하나를 새로 설립해도 될 정도의 수준이었다. 같은 해 LG전자는 로봇청소기 기술이 유출돼 홍역을 치렀다.
중국 네트워크 업체 화웨이는 지난 4월 국내 네트워크 업체 다산네트워크 소속의 인력을 빼가려다 덜미가 잡혔다. 다산네트웍스가 영업비밀 침해 금지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화웨이는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LG를 통해 국내에서 세계 최초 상용화한 통신 기술 LTE-A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 업체 ZTE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퇴직 스마트폰 연구 인력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중국 현지 협력사들이 소스코드를 요구해 난감해 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사용되는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소스코드 제출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으며 일반 기업 역시 소스코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에서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선 기술을 이전하라는 노골적인 요구다.
최근에는 국내 중소 업체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통째로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며 중소 업체 입장서는 중국과의 합작사 설립 외에는 성장이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국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기술을 가진 중소 업체들을 접촉해 합작사 설립을 제안했다. 합작사를 설립하면 수주 물량도 보전해 주고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제안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시황 문제로 OLED에 적극적인 투자를 못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해 중국 업체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중소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 상당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하거나 국책 과제로 정부 지원을 받은 점이 문제다. 더 나아가 합작사 형태로 OLED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경우 이미 LCD에서 따라잡힌 디스플레이 산업이 OLED 시대에는 중국에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전방위적인 국내 기술 빼돌리기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기술은 반도체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세계 1류 기술이 개인의 부와 중소 업체의 생존이라는 미명아래 중국으로 빼돌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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