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갚는 ‘든든 학자금’, 월급 적은 취업생엔 여전히 부담…학자금 관련소송 최근 15배↑, 부실운영 및 신용불량자 증가 등 부작용에 무분별지원 자제와 학생대상 금융교육 필요

[아시아경제 정일웅 기자] “졸업 후부터 대출금을 조금씩 갚아가고 있지만 그나마 적은 월급에 일정액을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2012년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 두 번째 직장에 입사한 A씨(31)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개인의 금전적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의 머뭇거림은 당연했고 그런 사정을 묻는 것은 미안했다.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A씨는 “대학생활 중 빌려 쓴 학자금과 생활비(학자금에 포함)를 ‘제때 갚아야 한다’는 압박과 직장에서 ‘안정적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이 머릿속을 교차한다”고 운을 뗐다.


“운 좋게(?) 졸업과 동시에 직장(출판사)을 구하게 됐다”는 그는 “그땐 부지런히 돈을 모아 빚을 갚고 직장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되겠다는 각오를 가졌다”며 “천안 집에서 무작정 파주로 올라가 고시원을 잡고 쪽방생활을 시작한 것도 막연한 기대와 각오 덕분이었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나 잦은 야근과 강도 높은 업무에 비해 손에 쥐어지는 금전적 보상은 적었고 생활은 점점 팍팍해졌다.


A씨는 “첫 직장으로 다니게 된 출판사에서 받은 월급은 100만원 초반대로 교통비, 통신료, 식비, 통신료, 고시원이용료 등을 내기에도 빠듯했다”며 “이 무렵 학자금대출금을 갚아나가는 게 쉽지 않겠단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첫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하면서 또 두 번째 직장(서비스유통업)을 구해 다니게 되면서도 그런 생각은 수그러들지 않았다”며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만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학자금대출의 심적 부담감은 컸다”고 고개를 떨궜다.


A씨 사례를 통해 바라볼 수 있는 현상은 두 가지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정부가 마련한 ‘든든 학자금’ 대출이 졸업 후 상환과 유예제도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일정부분 도움을 주는 건 맞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법적조치를 받은 이용자가 꾸준히 는 것도 이와 맞물린 현상으로 풀이된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경기 오산)은 “경제난, 취업난으로 학자금 빚더미에 앉은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한국장학재단은 이들을 대상으로 소송과 가압류 등 법적조치에 소송비용까지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학자금상환과 관련된 소송은 6000여건으로 2010년보다 15배쯤 늘었고 이에 따른 소송비용 중 19억여원이 학생들 부담으로 떠넘겨졌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그는 “학자금대출 금리가 올 2학기부터 2.7%로 낮아지면서 부담이 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3개월 이상 연체됐을 때의 금리는 12%로 학자금을 제때 갚기 어려운 학생들의 부담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A씨는 “직장을 구한 졸업생이 취업준비생보다 상황이 일부 나은 건 사실이지만 그마저도 ‘그럴 것이다’에 불과하다”며 “만약 ‘그렇다’고 단정한다면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섣부른 판단이다. 취업준비생보다 월급이 적은 새내기 직장인에게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경계했다.


‘든든 학자금’을 지원받은 후 졸업하고 취업한 대학생, 그중에서도 상환기준소득 이상의 소득이 생긴 새내기 직장인은 이자와 원금 상환을 요구받는다. 취업하지 않았거나 취업 후 직장을 잃은 졸업자에겐 학자금을 갚은 기간을 유예해 주고 있다.


이는 경우에 따라 새내기직장인이 느끼는 학자금대출 부담감이 취업준비생보다 더 클 수 있다는 A씨 논리를 뒷받침하는 배경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에서 든든학자금 등 대출제도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지원으로도 인식된다. 선심성으로 늘려놓은 학자금 대출 규모가 일시적으론 대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론 저조해진 학자금 상환율이 정부의 학자금 운용에 부실함을 야기하고 대학생들에겐 ‘신용불량자’라는 멍에를 남긴다는 맥락에서다.


같은 이유로 일부는 ▲학자금대출 대상 대학의 제한 ▲대학생 대상의 무분별한 지원억제(학업성취도 고려 등) 및 금융교육 강화 ▲학자금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대학에 대한 지원제한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학자금대출제도는 2010년 든든 학자금 대출을 시작으로 규모가 매우 빨리 커지고 있다”며 “반면 학자금을 갚는 실적은 낮아 대학생 신용유의자가 느는 등 부작용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신용유의자는 학자금대출(일반대출 포함)을 빌려 쓰고 이자와 원금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대출자를 의미한다. 한국장학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6개월 미만 학자금 대출금 연체자는 전국 4만4600여명, 6개월 이상 연체자(신용유의자)는 2만200여명으로 각각 집계된다.


그는 “2010년 졸업해 4년이 지난 학생들의 경우 대출금을 갚고 있는 학생비율은 60.4%에 머문다”며 “바꿔 말해 39.6%는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상환기준소득 아래로 상환의무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학생들의 취업률과 소득수준이 개선되지 않는 한 든든 학자금 대출의 상환비율은 개선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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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서민층의 고등교육이수를 돕고 인재를 길러내 사회적 불균형을 줄이는 점에서 학자금대출제도는 필요하다”며 “학자금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를 잘 고르고 방만한 운영에 따른 재정부담 등 부작용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들이 학자금을 빌려 쓰는데 그치지 않고 책임감 있게 갚을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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