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에게 레드카펫 깔아주는 각국 정부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각국 정부들이 세금 우대 혜택, 거주권·시민권 발급 등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부자 외국인 껴안기에 한창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200년 넘게 세금 우대 혜택을 통해 외국인 부자들을 영국에 머무르게 하는 미끼로 활용했다. 영국은 1799년부터 영국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부자들에게 합법적으로 국외소득세를 적게 내는 '송금주의 과세제'(Non-Dom)를 적용해왔다. 이들은 매년 5만파운드를 과세당국에 내면 해외 소득에 대해 영국으로 송금할 때까지 세금을 물리 않아도 됐다.
영국은 최근 형평성 문제 때문에 송금주의 과세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 제도는 부자 외국인들이 영국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면서 "영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스위스는 부자 외국인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제도 폐지를 추진했지만 지난해 말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폐지안이 부결됐다. 오랫동안 유지돼왔던 외국인 세금혜택이 폐지될 경우 외국인 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가 작용했다.
현재 영국과 스위스 외에도 포르투갈, 이스라엘, 프랑스 등도 부자 외국인들에게 세금 우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유인 '당근'은 세금 혜택 외에도 거주권, 시민권 부여 등이 있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절반은 거주권을 돈으로 살 수 있게 제도화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만 내면 시민권을 주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몰타의 경우 지난해부터 65만유로에 거주 요건 없이 시민권을 내주고 있다. 키프로스는 구제금융으로 손해를 본 외국인 은행 예치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을 보상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안티구아도 투자만 하면 시민권을 주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그램 가동 이후 현재까지 500개가 넘는 시민권이 부자 외국인들에게 발급됐다. 주요 발급 대상자는 중국인들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러시아, 중동 부자들이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제2, 제3 국가의 시민권을 얻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비자가 필요 없는 자유로운 여행, 세금 회피, 테러 위험 대비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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