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콘텐츠 장사 행위가 비난받는 이유는 지상파가 가지는 공적 지위 때문이다. 지상파는 국가 자산인 수조 원대 주파수를 무료로 쓰는 대신 그만큼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국민에게 보여줄 책무를 부여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 사업자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무료방송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KBS는 자본금 전액을 정부가 출자해 설립된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공법인 중에서도 특히 강한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지위에 있다. 유일하게 준조세(租稅) 성격의 수신료도 징수 하고 있다. 수신료나 주파수 등의 공적 재원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대신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충당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는 국민의 돈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지렛대로 활용해 국민을 대상으로 CPS, VOD, 모바일 다시보기 등 콘텐츠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는 공적 책임을 망각한 채 단순히 '이익을 얻기 위해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지상파 사업자들은 실시간 재송신 공급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블랙아웃을 시키는 등 갈등이 있어왔다. FCC의 톰 휠러(Tom Wheeler) 의장은 "이 같은 재송신료의 급격한 상승세는 지역 방송국들이 서로 연합해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재송신 협상에서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또한 2011년 이후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지상파 재송신료 갈등으로 방송이 차단되는 블랙아웃 발생 사례가 47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표적인 유료방송 사업자인 컴캐스트, 차터, AT&T 등은 지상파 재송신료 인상분을 '지상파 수신료(Broadcast TV Fee)'라는 항목으로 분리해 시청자에게 청구하기로 결정했고 지상파가 콘텐츠 공급 가격을 올리는 만큼 일정 부분을 시청자에게 부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늘어나는 지상파 콘텐츠 수급비용을 시청자에게 전가시키지 않는다거나 다시 블랙아웃을 겪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음으로 상업방송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적절한 콘텐츠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재송신료 인상을 막기 위해 지상파 사업자들이 연합하여 유료방송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압력을 가하지 못하도록 '연합 재전송 합의(Joint retransmission negotiation) 금지' 법안을 의결한바 있다. 정부가 나서서 합리적인 대가 수준을 설정하여 분쟁 발생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호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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