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현상에 의한 재난은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걸 막을 수는 없다. 대비가 제일 나은 방법이다. 사고로 인한 재난은 예측이 어렵다. 막기는 더욱 힘들다. 누군가 세월호 재난을 인재라고 했다. 어찌 사회에 그런 모순이 한둘이겠는가. 그렇다면 그걸 교훈 삼아야 했다. 정부는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게 정부다.
재난의 컨트롤타워도 없었다. 세월호 때문에 탄생한 국민안전처는 업무소관이 아니라 했다. 국민안전처는 철 지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모든 국민이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을 일깨워줬다. 힘든 국민에게 웃음을 줬다. 질병관리본부도 뒷방으로 나앉았다. 그리곤 복지부, 국민안전처, 청와대에 대책반이 꾸려졌고 민관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가 생겼다.
얼마 전 중국 양쯔강에서 여객선이 침몰했다. 리커창 총리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첫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4일 만에 대통령 주재 긴급회의가 열렸다.
정작 위로가 필요한 곳에 그들은 없었다. 누군가 쓸쓸히 혼자 병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자가격리로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간호사가 가족들이 써준 마지막 편지를 대신 읽어줬다. 쓸쓸히 팽목항을 지키던 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심정이리라. 가슴이 미어진다. 이 어찌 누구 탓을 하리오. 차라리 낙타를 탓하리라.
정부도 이번 재난에 총리와 장관이 유감이라고 밝혔고 사과했다. 국민으로서 유감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염병 예방을 위한 별도의 세금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국민건강 증진과 관련 있으니 담배에 갖다 붙이면 그림이 된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은 정부의 몫이다. 아파트 관리비 내듯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다. 세월호면 충분하지 않은가. 세월호는 사고 탓으로 돌리자.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나 2009년 신종 플루의 경험은 어디로 갔나. 메르스 초기 문제를 그리 크게 보지 않았을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메르스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더는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될 것이다.
묵묵히 메르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과 그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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