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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차라리 낙타를 탓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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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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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재난'을 찾아봤다. 재난은 자연현상의 변화나 인위적인 사고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경찰학 사전에는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는 자연현상과 사고 등 국가기반 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경찰학 사전이니 국가가 재난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자연현상에 의한 재난은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걸 막을 수는 없다. 대비가 제일 나은 방법이다. 사고로 인한 재난은 예측이 어렵다. 막기는 더욱 힘들다. 누군가 세월호 재난을 인재라고 했다. 어찌 사회에 그런 모순이 한둘이겠는가. 그렇다면 그걸 교훈 삼아야 했다. 정부는 다시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게 정부다.
급기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라는 재난이 닥쳤다. 그렇지만 대처는 세월호와 판박이다. 골든타임은 또 놓쳤다. 정부는 처음부터 발생 병원을 쉬쉬했다. 국민은 우왕좌왕했다. 그냥 손 잘 씻으면 되나 보다 싶었다. 결국,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보름 이상 지나서다. 그사이 메르스는 퍼졌고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재난의 컨트롤타워도 없었다. 세월호 때문에 탄생한 국민안전처는 업무소관이 아니라 했다. 국민안전처는 철 지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모든 국민이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을 일깨워줬다. 힘든 국민에게 웃음을 줬다. 질병관리본부도 뒷방으로 나앉았다. 그리곤 복지부, 국민안전처, 청와대에 대책반이 꾸려졌고 민관합동대응 태스크포스(TF)가 생겼다.

얼마 전 중국 양쯔강에서 여객선이 침몰했다. 리커창 총리는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우리는 첫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지 14일 만에 대통령 주재 긴급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바빠졌다. 겨자색 점퍼를 입은 이들이 메르스 대처 현장에 나타났다.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은 미국 대신 동대문 상가를 찾았다. 충북 오송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도 방문했다. 삼성서울병원장은 오송까지 불려갔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최대 진원지인 병원 현장이었다.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였다. 대통령은 그에게 정보 공개, 방역, 책임을 주문했다. 23일 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병원 공개를 막은 것은 자기였다고 말했다. 방역과 그 책임은 복지부 장관에 있다. 장관 대신 병원장이 허리 숙였다. 왠지 어색하다. 아니 보는 이가 불편하다. 세월호는 유병언 탓이요, 메르스는 삼성서울병원 탓은 아니지 않은가. 급기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직접 사과했다.

정작 위로가 필요한 곳에 그들은 없었다. 누군가 쓸쓸히 혼자 병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가족들은 자가격리로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간호사가 가족들이 써준 마지막 편지를 대신 읽어줬다. 쓸쓸히 팽목항을 지키던 세월호 유가족과 같은 심정이리라. 가슴이 미어진다. 이 어찌 누구 탓을 하리오. 차라리 낙타를 탓하리라.

정부도 이번 재난에 총리와 장관이 유감이라고 밝혔고 사과했다. 국민으로서 유감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염병 예방을 위한 별도의 세금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국민건강 증진과 관련 있으니 담배에 갖다 붙이면 그림이 된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은 정부의 몫이다. 아파트 관리비 내듯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다. 세월호면 충분하지 않은가. 세월호는 사고 탓으로 돌리자.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나 2009년 신종 플루의 경험은 어디로 갔나. 메르스 초기 문제를 그리 크게 보지 않았을 수 있다.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메르스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더는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될 것이다.

묵묵히 메르스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과 그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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