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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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가뭄으로 논바닥은 갈라지고 하천은 말라가며 농부들의 가슴은 타들어가는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라는 역병이 세상을 덮쳤다. 천재(天災)에 인재(人災)가 겹치자 사람들은 혼란과 불안에 빠져 비틀거렸다. 언론과 정치권은 초등대응에 실패하여 사태를 악화시킨 정부 방역당국을 십자포화로 질타했다.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자 방역전문가의 진단과 예방법은 설득력을 잃어 무시당했고 괴담과 유언비어가 인터넷에 창궐하여 공포의 바이러스와 함께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람들이 외출과 여행을 기피하자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었고 미세한 회복 기미를 보이던 경기는 다시 탈진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5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CCSI)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99로 전월 대비 6포인트나 하락했다. 불안한 투자심리로 주식시장이 허둥거리자 작전과 주가조작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비열한 세력들이 준동했다. 메르스는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다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에도 불구하고 진원생명과학을 위시한 중앙백신, 제일바이오, 이-글벳, 바이오니아 등과 같은 백신 제조업체 주가가 요동쳤다. 루머를 타고 급등했다가 급락했다. 모두 유통 주식 수가 적고 루머에 쉽게 노출되어 시세조작이 용이한 종목들이었다.

원래 작전(作戰ㆍOperation)이란 '군대가 목표 달성을 위해 수행하는 기동, 전투, 숙영 등과 같은 제반행동'을 뜻하며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는 '전쟁을 일으키고 수행하는 것'을 말하는 군사용어이지만 정보의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어 불신이 팽배한 주식시장에서도 만연한다.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이란 정의 내리기가 쉽지는 않지만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하여 배타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작전은 그 속성상 작전의 주체를 제외한 불특정다수를 희생양으로 삼기 때문에 작전으로 피해를 입은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금전적인 손실과 함께 심리적인 좌절감과 낭패감을 맛보게 되고 그것은 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바로 이어진다. 작전은 또 주식시장의 가격기능을 교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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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작전이라는 이름의 불공정행위는 일종의 범죄행위이다. 그것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정보의 불균형 혹은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경험하고 있듯이 초기에 국민에게 가감 없이 공개되어야 할 정보를 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사이 폐쇄회로 속에서 은밀한 귓속말로 돌아다니면 정확한 상황인식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막연한 공포를 숙주로 삼아 온갖 소문과 루머가 양산되면서 사회 전체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디폰조는 '루머사회'라는 저서에서 정보화 사회에서 루머의 발생과 확산을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지만 '불확실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루머를 통제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참여자의 질이 다양해지고 파생상품시장이 도입됨은 물론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수단의 급속한 발달과 광범위한 보급으로 사이버 투자세계가 등장하면서 역설적으로 정보적 효율성이 낮아진 주식시장에 루머는 늘 게으른 농부의 밭에 무성한 잡초처럼 자라고 작전세력은 이를 교묘하게 악용한다. 숙명적으로 정보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가 작전세력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우선 시장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어야한다. 근거 없는 소문과 황당한 루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합리적인 투자원칙을 만들어 이를 철저히 지키면서 노력하는 자세만이 불확실성이 짙은 안개처럼 감도는 주식시장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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