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1.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작업에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며 관련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확보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반대하며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오는 19일 심문이 시작된다. 다음달 17일에는 임시주총에서 표대결도 벌어질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엘리엇이 해외에서 소송을 걸어 장기적인 싸움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 지난해 11월17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계획이 주식매수청구권의 대량 행사로 무산됐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금액은 7063억원으로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 4100억원을 초과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금액 9235억원을 합하면 두 회사는 1조6299억원을 지급해야 했고, "합병회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합병작업을 중단했다.

삼성그룹이 사업구조조정 차원의 기업재편을 위해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각각 '무산'과 '무산위기'로 요약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합병은 한국이 안고 있는 산업구조조정이라는 과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합병이 순탄치 않은 이유는 대주주의 지배구조 문제가 얽혀 있고, 소액주주의 권리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은 이들 기업처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이 보다 빠르고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원샷법 연구용역안이 공개됐다.

원샷법 연구용역안은 M&A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주총 공고기간 및 공시시간을 현행 상법상 2주일에서 1주일로 단축하도록 했다. 지금은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 주식 90% 이상을 보유할 때 피합병회사 주총 특별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간이합병'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주식 3분의 2로 보유'로 낮춘다. 또 합병대가가 존속회사 주식 총수의 10% 이하인 경우에만 주총 특별결의를 면제하는 '소규모합병' 요건을 20%로 확대 적용한다.


주식매수청구권 절차도 간소화 된다.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등에 반대한 주주는 주총 후 20일 이내에 주식매수청구가 가능한데, 이를 10일로 단축한다. 상장법인은 1개월, 비상장법인은 2개월 내에 주식을 매수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각각 3개월, 6개월로 늘어나 사업재편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여준다.


그러나 재계는 연구용역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가 요구한 주식매수청구권 제한이 충분하지 못하고 세제 지원책도 빠졌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남용될 소지가 있어 사업재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주식매수청구권을 보다 강하게 제한하는 한편 헤지펀드 등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투기적인 단기차익 실현을 할 수 없도록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M&A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지만, 과도한 권한을 줌으로써 M&A를 가로막아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 보호가 어려운 비상장사에 한해서만 기존 틀을 유지하고, 사업재편을 진행하는 상장사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제한해야 한다고 재계는 강조했다.


재계는 또 연구용역안이 지원대상을 '과잉공급분야 기업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로 한정한 데 대해 "일본도 특정업종으로 한정짓지 않고 무제한적으로 사업재편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대상기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잉공급분야는 국내외 과잉경쟁으로 다수의 한계기업이 존재하거나 대체산업 출현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분야를 말한다.


연구용역안은 사업재편 기간 동안에는 지주회사 관련규제를 유예하도록 했다. 계열사 보유 지분 제한(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취득 의무), 증손회사소유제한 100%, 부채비율 제한 200%, 비계열사 지분규제 등의 유예기간이 기존 1년에서 최장 4년으로 늘어난다. 지금은 하나의 자회사만 하나의 증손회사에 투자할 수 있지만 자회사들의 공동출자도 신규로 허용된다. 사업재편이 끝나면 이들 규제 유예는 종료되며, 원래대로 공정거래법에 따라 규제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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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재계의 건의사항을 검토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에 법안을 만들 계획이다.


▲원샷(one shot)법=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의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기 위해 만드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을 말한다. 일본이 1999년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만든 '산업활력법'을 벤치마킹한 법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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