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38년前 이휘소 박사의 죽음, 사고인가 음모인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휘소 박사(오른쪽 사진) /JTBC '썰전' 캡처

이휘소 박사(오른쪽 사진) /JTBC '썰전'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정확히 38년 전인 1977년 6월 16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80번 고속도로에서 88km 속도로 달리던 대형 트레일러가 타이어 펑크로 중앙분리대를 넘어 마주 오는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벤자민 리) 박사가 숨졌다.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을 간 이 박사는 25살의 나이에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1년부터는 세계 최고의 물리학연구기관인 페르미 국립가속기 연구소에서 입자물리학 연구팀을 이끌었다.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와도 인연이 깊다. 그는 1972년 '힉스 입자에 미치는 강력(강한 핵력)의 영향'이라는 논문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하면서 피터 힉스 박사의 이름을 따 처음으로 가상의 이 입자를 '힉스'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휘소라는 이름은 노벨 물리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이었던 그의 과학적 성취보다는 핵무기 개발과 연관해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수차례 유가족과 지인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을 돕다 미국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음모론이 퍼지기도 했다. 공석하의 '소설 이휘소'와 베스트셀러가 된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으로 인해 굳어진 이미지다.

그러나 실제로 이 박사는 개발도상국, 특히 군사독재 체제의 국가가 핵무기 개발을 하는데 매우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한국에 와서 학술대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도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채를 이유로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이 박사의 편지에는 "위수령 발동, 학생운동 탄압, 등 최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로 우리가 추진해온 하계 대학원 행사를 재고합니다. 하계 대학원의 책임을 맡는다면 내가 한국의 현 정권과 그 억압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걱정됩니다. 한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시하는 이러한 처사들에 실망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또 이 박사는 소립자 물리학자로 핵무기 개발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게 물리학계의 정설이다. 이 박사의 죽음도 당시 사고 경위를 따졌을 때 의문사 가능성은 없었다고 하며 유가족들도 단순한 사고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박사의 유족들이 소설 내용에 강하게 반발해 출판금지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정희의 '자주국방'을 미화하기 위해 꾸며낸 얘기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소설이 허위임은 인정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서울대병원·세브란스, 오늘 외래·수술 '셧다운' "스티커 하나에 10만원"…현금 걸린 보물찾기 유행 '바보들과 뉴진스' 라임 맞춘 힙합 티셔츠 등장

    #국내이슈

  • 밖은 손흥민 안은 아스널…앙숙 유니폼 겹쳐입은 축구팬 뭇매 머스크 베이징 찾자마자…테슬라, 中데이터 안전검사 통과 [포토]美 브레이킹 배틀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

    #해외이슈

  • [포토] 붐비는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PICK

  • 고유가시대엔 하이브리드…르노 '아르카나' 인기 기아 EV9, 세계 3대 디자인상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