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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사과는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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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우리말인 것 같지만 한자어이다. 沙果 혹은 査果라고 쓴다. 건조한 곳에서 생산되는 과일이라 '모래 과일'이라 썼을 법하고, 과일의 대표격이라 해서 '진짜 과일' 정도의 의미로 쓰지 않았나 싶다. 우리말로는 능금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다른 토종과일이다.  사과를 차가운 성질의 과일이라 하여 빙과(氷果)라고도 부르고 또 빈파라고도 부른다. 頻婆 혹은 濱婆인데, 찡그린 할머니나 바닷가 할머니란 의미가 묘해서 그 출전을 찾아보았다. 알고 보니 산스크리트어 빔바(bimba)의 소릿값을 빌린 것이라 좀 싱겁다. 인도에서 나는 빔바는 덩굴풀인데 흰 꽃과 붉은 열매를 매달아 사과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인도사람들은 미인의 입술을 말할 때 빔바 같다고 한다.
지중해 남쪽에는 포도가 잘 자라 포도주가 종교적인 술로까지 높여졌는데,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 북쪽지역은 포도가 잘 자라지 않았고 대신 사과 생산이 활발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북부지역의 기독교는 사과를 성과(聖果)로 모셨다. 이것이 드루이드교파인데 이후 켈트족의 신앙과 결합하여 켈트기독교가 등장한다. 로마가톨릭은 켈트기독교와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기독교 속의 사과 이미지가 나빠지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성서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의 선악과는 사과라고 지칭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샌가 선악과의 열매가 사과와 동일시되기 시작했다. 왜 사과인가. 중세의 신학자들은 고민 끝에 이렇게 증명해냈다. 첫째, 사과의 그 붉은 빛깔을 보라. 그것이야말로 사탄의 유혹 같이 매혹적이고 아름답지 않은가. 둘째, 사과의 맛을 보라. 단맛과 신맛을 모두 지니고 있는 두 얼굴의 맛이다. 이 이중성이 바로 악마의 진상이 아니겠는가. 셋째, 사과의 움푹한 곳을 들여다보라. 이브의 굴곡과 유사한 여성성이 그 중심에 있지 않은가. 넷째, 사과를 잘라보면 중심에 별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선악과나무를 의미하는 표식이다. 설명들이 한결같이 어이없긴 하다. 그들은 목에 튀어나온 후두를 급히 먹다가 걸린 아담 사과(Adam's apple)라 불렀다. 사과나무의 학명(Malus domestica) 중에서 맬러스는 맬럼(malumㆍ惡)에서 나온 것이다. 사과 '한 입'의 유혹, 그게 애플 신화를 만들지 않았던가.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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