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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숙선-오세혁, 판소리로 '삼풍백화점' 기억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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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판소리 '유월소리'의 안숙선 명창과 오세혁 작가(왼쪽부터)

창작판소리 '유월소리'의 안숙선 명창과 오세혁 작가(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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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부상자들 지르는 비명소리 / 가족들이 애타게 찾는 소리 / 구조대원들의 한숨 소리 / 소방차와 앰브란스 싸이렌소리 / 기자들 플래쉬 터뜨리는 소리 / 하늘에 떠 있는 헬기소리"…"여기 모인 여러분들 / 해마다 유월이 되면 들려오는 / 여러 즐거운 소리들이 있지마는 / 지금으로부터 이십년 전 유월에 / 땅 속 싶은 곳에서 들려오던 / 탕 탕 소리들을 / 기억해주기를 바라옵고"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6월 29일) 20주기를 맞아 안숙선 명창(66, 국립국악원 예술감독)과 오세혁 극작가(34,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대표)가 창작판소리 '유월소리'를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당시 목수였던 최영섭(57)씨가 구조에 나섰던 증언을 토대로 구성한 판소리 공연이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건', 최근 '메르스 사태'까지 끊임없는 인재(人災)가 발생하고 있는 와중, '삼풍백화점'이라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이 같은 참상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안숙선 명창은 "삼풍백화점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볍게 생각하는 일들이 큰 참상을 일을킨다"며 "사람들의 '삼풍백화점'에 대한 기억속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을 돕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의롭고 정의로운 분들이 있었다. 이런 분들이 계셔서 아픈 기억을 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판소리를 듣고 치유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창작판소리에는 다양한 장단이 들어간다. 구조하는 사람들의 용감한 행동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선 '자진모리', '휘모리' 장단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 상황에선 '육자배기'가 등장한다. 안 명창은 "진솔하게 있는 그대로 소리를 내려고 한다. 탁음도 있고, 청음도 있다. 인물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화가 나는 상황이라면 탁한 소리, 희망어리고 순수한 장면에선 밝고 깨끗한 소리가 나올 듯하다"고 했다.

공연 준비에선 삼풍백화점 사고에 대한 증언을 토대로 오 작가가 대본을 쓰면, 이를 안 명창이 불러보며 손질하고 또 작가와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안 명창은 "작가 분이 젊다고 해서 판소리의 면면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했는데, 만만한 분이 아니더라"고 작가를 칭찬했다.
오 작가는 "개인적으로 판소리를 좋아한다. 판소리는 이야기꾼이 나와 친절하고 재밌는 이야기와 함께 위안과 통쾌한 풍자를 곁들여 진다"며 "상상하는 것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극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은 이 같은 인재가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작가가 대표로 있는 극단은 안산에 위치한다. 작년 세월호 사고로 힘든 시간을 보내온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생활하는 지역이다. 오 작가는 "사고 피해자들은 20년이 지났지만 트라우마가 많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고통을 기억하며 위로를 주고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참상과 아픔,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극단 건물에 가스폭발이 난 적이 있다. 무서움에 떨었다. 빠져나가는 것에만 급급했다"며 "그런 경험 속에서 구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들의 용기를 다시 알아보게 됐고, 이분들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게 됐다"고 했다.

실제 인터뷰를 토대로 창작한 ‘유월소리’는 참사 당시 상황을 극명히 대비되던 지하와 지상의 소리로 표현해 낸다. 무너진 백화점 지하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해 민간구조대가 내던 망치질 소리, 취재경쟁을 위해 뜬 헬리콥터 소리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들의 소리 등 당시의 소리들이 명창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난다. 이번 작품의 주요 줄거리가 된 최씨의 이야기에는 당시 장비가 부족해 구조 활동이 어렵다는 속보를 듣자마자 톱과 장비를 들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있다. 그는 “현장에 모인 민간구조대원들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라면박스에 서로의 신상정보를 기록해두며 구조 활동을 펼쳤다”고 회상했다. 최씨의 생생한 기억들이 판소리의 주요 줄거리가 됐다. 이번 공연은 오는 7월 3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 활짝라운지 무대 위에 오른다. 30분 동안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공연은 '메모리인(人)서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든다. 지난해 8월부터 ‘서울의 아픔, 삼풍백화점’이라는 주제로 동화작가, 영화PD, 사진작가 등 15명의 기억수집가들이 유가족, 생존자, 구조대, 봉사자 등 100여명의 시민을 만나 삼풍백화점에 관한 기억을 수집해왔다. 100여개의 에피소드는 판소리와 함께 전시, 구술집 등 다양한 2차 문화예술콘텐츠로 제작된다. 판소리 공연에 앞서 오는 24일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는 '기억 속의 우리, 우리 안의 기억. 삼풍'이라는 기획전시도 개막돼 다음달 5일까지 이어진다. 02-3290-7123.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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