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스트, 몸집 10배로...71곳 대주주 저격수 뛴다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해 4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은 보톡스 제조업체 앨러건을 사냥감 리스트에 올렸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퍼싱스퀘어를 통해 캐나다 제약사인 밸리언트와 손잡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
먹으려는 자와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공방은 치열했다. 앨러건 측은 아일랜드 제약회사 액타비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앨러건은 애크먼의 야욕을 피했지만 백기사에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들이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사냥감은 과거엔 자본력 약한 중소기업이 많았지만 최근엔 화이자, 삼성, 애플 등 글로벌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을 두고 '기업사냥꾼' 혹은 '주주가치 수호자'라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오는 것은 액티비스트들이 양면의 칼처럼 긍정적, 부정적인 투자 형태를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기 위해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기도 한다. 적대적 M&A도 서슴지 않는다. 기업 오너들이 액티비스트를 기업 사냥꾼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기업 7개 중 한 개꼴(15%)로 행동주의 투자자로부터 회사 경영진 교체나 경영전략 변화, 구조조정 실시 등의 요구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액티비스트 투자자들의 몸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행동주의 투자를 주로 하는 헤지펀드의 자산운용 규모는 12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10년간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 세계 8000개 헤지펀드 중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71개다. 숫자로는 1% 미만이지만 운용자산 기준으로는 4%에 육박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71개의 평균 수익률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간 180%를 훨씬 넘었다.
대표적인 액티비스트로는 빌 애크먼의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180억달러), 칼 아이칸의 칼아이칸 엔터프라이즈(232억달러), 폴 싱어의 엘리엇 매니지먼트(22억달러), 대니얼 러브의 서드포인트(175억달러), 베리 로젠스타인의 제나 파트너스(111억 달러) 등이 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최근 애플을 사냥감으로 삼았다. 아이칸은 "애플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니 애플이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했다. 또 이베이에는 '팔 수 있을 때 팔라'고 페이팔 분사를 권고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켰다.
최근 삼성물산을 타깃으로 삼은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미국 반도체회사인 EMC의 자회사 매각과 이사회 참여를 관철시켰다. 주니퍼네트워크 자회사 매각에도 성공했다.
퍼싱스퀘어는 운용자산 180억달러의 자금력을 앞세워 보톡스 제조업체인 앨러건의 적대적 M&A를 주도하고, 제약업체 화이자가 보유하고 있던 동물 제약사 조에티스의 사냥에 나서기도 했다. 퍼싱스퀘어는 2013년에만 45억달러 규모의 수익을 올렸다. 한 해 수익률로만 40%를 달성했다.
글로벌 금융투자시장에서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보폭이 커지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찬성론과 기업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다수 기관투자가들이 목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동조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합병 반대에 나선 엘리엇에 동조하는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반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자사주 매입 등으로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연구개발(R&D) 투자 대신 단기배당으로 기업의 이익을 강제처분하면서 기업의 생존기반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지난달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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