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치로 머리카락을"…끔찍한 고문 뒤에는 '이근안'
대법, 강화도 납북어부 37년만에 무죄 확정…간첩 몰려 사형선고까지, '고문'으로 진술 얻어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펜치로 머리카락을 한 번에 뽑는 고문을….”
강화도 납북어부 간첩사건에 연루됐던 안모씨는 1977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극한의 ‘고문’을 경험했다. 당시 고문을 주도했던 인물이 ‘고문 기술자’로 유명한 이근안씨다.
강화도 어부였던 안씨는 북한에 3차례나 피랍된 경험이 있다. 안씨는 1977년 간첩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이른바 강화도 간첩 어부 사건이다. 인천지원은 1977년 안씨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부인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안씨와 최씨는 1978년 항소심과 상고심을 통해 징역 15년, 징역 4년을 각각 확정받았다. 당시 경기도 경찰국 정보2과 소속 사법경찰관 이근안은 안씨와 최씨의 혐의를 입증할 진술을 확보했다.
강화도 어부 간첩 사건으로 일단락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절차에 들어갔다. 안씨는 1992년 세상을 떠났지만, 최씨와 유족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2년 재심을 청구한 바 있다.
법원이 재심을 통해 밝혀낸 사실은 과거의 결론과 많이 달랐다. 끔직한 고문을 토대로 진술을 확보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12월 재심 판결에서 안씨와 최씨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은 “안씨가 간첩교육을 받고 지령을 받았음을 입증할 직접적 증거로는 피고인들의 자백이 있는데,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안씨 등을 유죄로 만들었던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은 이근안씨가 주도했던 고문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임이 드러났다.
서울고법은 “(진술을 했던 장모씨는) 이근안이 무서워 그가 쓰라는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면서 “(진술을 했던 나모씨는) 수건을 입에 틀어막고 주전자로 코에 물을 부어 고문을 했기에 억압에 못 이겨 진술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피고인들을 조사한 이근안은 수사과정에서 일체의 강요가 없었다고 진술했다”면서 “불법구금기간에 얻은 피고인들의 임의성 없는 진술을 전하는 것에 불과해 증거능력이 없거나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씨는 불법구금 기간동안 수사관들로부터 전기고문, 거꾸로 매단 상태에서 코에 물을 붓는 고문, 몽둥이를 무릎 뒤쪽 오금에 끼우고 꿇어 않게 한 다음 허벅지를 위에서 밟는 고문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경찰관들이 고춧가루를 물에 타서 코, 입, 눈에 부었으며, 꿇어 앉혀 놓고 무릎을 밟거나 몽둥이로 때리고 펜치로 머리카락 빼기, 굶기기, 심지어 이빨 두 대가 부러지는 구타를 당하며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밝혔다.
결국 이근안이 주도했던 고문을 통한 수사결과물은 재심 끝에 법원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대법원은 안씨와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재심 사건에 대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안씨와 최씨 등은 1978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지 37년만인 2015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최종 확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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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불법적인 구금상태 또는 그 직후의 상황에서 (진술을) 획득한 것이고 고문 등에 기초해서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어 무죄를 선고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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