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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르포]평택 시민들 "큰 걱정 안한다"면서도 시장은 '텅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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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평택)=김보경 기자] "평택이 발칵 뒤집혔어요. 사람들이 아예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라니까….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말도 못하게 힘들죠."

최근 방문한 평택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문으로 지역 상권이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었다. 평택성모병원과 2㎞가량 떨어진 전통시장 '통복시장'은 활기를 잃어 스산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간간히 보이는 시장 손님들의 절반 이상은 흰색 마스크를 썼으며,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후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3)씨는 "지난 주말(5월30~31일)부터 매출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며 "평소 같으면 오전 10시면 개시를 하는데 손님들이 워낙 안 나오니까 어제는 오후 3시에 문을 열 정도였다. 장사한 지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겪었으면서도 이런 병에 대비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건 안전불감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근처 휴대폰 판매점, 유명 브랜드 의류점, 복권 판매점, 커피숍 등 평소에는 북적거렸을 각종 상점에도 인적이 끊겼다.
평택역 주변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모(54)씨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안 가니까 택시 타는 손님이 없다"며 "주변 식당들도 문을 닫았고, 오죽하면 대형마트까지 한가하더라. 그 대신 식료품 배달이 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메르스 관련 병원 발표에 대해 이씨는 "정부가 발표하지 않아도 주민들은 입소문으로 다 알고 있었다"며 "병원 앞에서 환자들을 태우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주변사람들한테 알려주니까"라고 전했다.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상인들은 평택이 메르스의 '진원지'처럼 주목되는 것에 불만을 갖기도 했다. 한 상인은 "다른 지역에 가서 '평택에서 왔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피한다고 한다"며 "뉴스에서 평택을 너무 과하게 보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길을 가는 시민들에게 메르스에 대해 묻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평택 주민인 김모(45)씨는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불안해하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며 "마스크도 답답해서 벗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메르스와 관련해 정부가 신속 정확한 정보 공개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김모씨는 "모 병원은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고 소문이 나서 그 병원 건너편까지 사람이 지나다니질 않더라"며 "메르스와 관계없는 병원들까지 괴담에 휩쓸려 피해를 입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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