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전라남도 신안군 장병도에 사는 신모 할머니(76)는 열흘 전 넘어져 머리를 다쳤지만 병원을 가지 못했다. 목포까지 뱃길로 1시간30여분의 거리와 왕복 1만원의 뱃삯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몇 달전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인근의 하의도 보건소에서 주사를 맞은 것이 전부였다.

병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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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장병도 앞바다에 정박한 병원선 '전남512호'에서 만난 신 할머니는 머리가 아직 부은 상태였다. 내과의사인 이경호 공보의는 부랴부랴 엑스레이부터 찍도록 했다. 촬영을 위해 누운 신 할머니는 긴장하는 기색이다. 엑스레이를 찍는 황인솔 방사능사는 "엄니, 이러다 큰일나요"라고 핀잔을 줬다. 머리를 다쳐 어지러운 증세가 계속된다는 신 할머니에 대한 우려다.


목포 큰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기로 약속한 신 할머니는 X레이 촬영 후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한의사를 찾아갔다. 병원선내 한의사 김진호 공보의는 "섬지역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한방과를 많이 찾는다"면서 "이 곳에서 침을 맞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르신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남512호’는 목포시와 무안군, 신안군, 진도군, 영광군 등 5개 시군내 섬 지역을 찾아가는 병원선이다. 공중보건의사 3명과 간호사 2명, 의료기사는 물론 초음파기와 방사선 장치, 자동혈액분석기 등을 갖췄다.


진료과목은 내과와 치과, 한방과 등 3개로, 전라남도 지역의 유인도 296곳 가운데 160곳을 돈다. 한 섬당 일 년에 평균 5번씩 들러 주민을 살펴보는 셈이다. 병원선의 인기는 높다. 이날 장병도 주민 91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명이 병원선을 찾았다.

하지만 응급환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분초가 급한 응급환자는 닥터헬기나 119 소방헬기, 해경 헬기가 싣어 나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2년 처음 도입한 닥터헬기는 인천 길병원과 목포한국병원 등 전국 의료취약지역 4곳에 배정됐고, 올해 2대가 더 배치된다.


닥터헬기는 거리가 멀거나 일몰 후에는 운행이 불가능해 119 소방헬기나 해경헬기가 대신한다. 그러다보니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헬기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가거도 헬기추락 사고의 경우에도 한밤 중에 응급환자를 싣기 위해 출동한 해경 헬기가 어둠 때문에 헬기장이 아닌 바다에 착륙했다 변을 당한 것이다.


세 곳의 헬기가 여의치 않아 환자가 숨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의도보건소에 근무하는 한 의료진은 "환자가 발생하면 세 곳의 헬기 모두를 요청하지만, 안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며칠 전에도 응급환자가 숨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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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일대 도서지역은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곳이다. 신안군의 경우 유인도 296곳 가운데 공중보건의가 상주하는 보건지소는 27개, 간호사가 상주하는 보건진료소는 69개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는 전무했다. 전남도 강영구 보건의료과장은 "최소한의 의료여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주민들이 살기 어렵다"면서 "도서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국토를 지키는 것인 만큼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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