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정담순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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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교육자이며 현대도예의 1세대 예술가. 도예입문자들에게 물레성형은 정확하게, 흙을 매개로 하지만 섬유, 목재, 금속 등의 질감을 더 사실적으로 기본적인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선생님.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해줬던 그의 격려는 지금까지 제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정충미 도예가ㆍ여ㆍ63)

"정담순의 도예작업은 한국현대도예 시발점이자 단초가 됐다. 내적 정신세계를 가시적인 외적형태로 표출시켜온 작업에는 흙을 매체로 한 무의식의 의식화가 돋보인다."(오태환 한양여자대학교 도예과 교수ㆍ58)


현대도예의 대가 정순담 작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 작가는 올해 팔순을 맞았다. 오랜만에 그의 개인전이 열리며 도예 애호가와 그의 제자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주변사람들은 정 작가를 두고 현대도예의 산 증인이라고 하지만, 그는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최근 전시가 열렸던 서울 인사동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 전시장에서 만난 정 작가는 젊고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사람과 여행을 좋아하는 도예가였다. 수십 년 전 6년간 유럽과 미국을 떠돌았던 적이 있던 그는 올해 아내와 함께 동남아로 갈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를 만나기 위해서, 또 그곳에서 영감을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담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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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순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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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개인전에는 흙으로 빚은 도판에 백토와 산화철이 춤추듯 한 추상화, 사각과 원통형으로 변주를 준 작품, 구멍이 뚫려 있거나 찌그러뜨린 그릇이 보였다. 전통적 도예와는 전혀 다른 현대공예의 진면목이 느껴졌다. 물론 요즘은 서양에서도 공예시장이 커가고, 실용품이 아닌 오브제로서 도예를 바라보는 경향이 커지면서 이 같은 작품들이 흔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현대공예 1세대이자, 추상 도예의 선구자로 갖는 그의 위치는 남다르다.


정 작가는 "1970년대 초반 주무르고, 뭉개고, 뚫고 하는 도예작품을 만들어 첫 선보였을 때 파격적이란 평을 들었다. 그리고 전통 도예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1958년 홍익대 공예전문학교 1기로 입학하면서 1961~1965년 네 차례나 대한민국 공예부에 입선과 특선을 수상한 인재였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바로 교수로 부임했다. 그러나 항상 제자들에게는 "도예가 흙을 통해 단순히 손기술을 단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며, 표현되는 그 결과물이 창조적 깊이를 주는 미의 본질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이 같은 도예작업을 독보적으로 해 나가며 실천했다.


그는 "고대부터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까지만 해도 도예사의 발전과정을 다 알 수 있는데, 그 이후부터는 도예의 계보나 역사에 대한 기록이 없다. 그래서 우리 도예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근현대 화가들이 도자기에 심취했다지만 도예만 전문으로 한 작가의 계보도 알 수 없다"며 "다만 도예를 '그릇'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오브제로 조형미를 갖춘 미술작품으로 여기며 작업을 해나갔다"고 회고했다. 1988년 올림픽시즌 서울에서 도자기를 대상으로 한 '동서 교류전'이 열렸을 때 그는 한국 대표작가로 전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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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는 작가로 활동하며 홍익대 뿐 아니라 단국대에서도 교수로 일했고, 동아대, 원광대, 연세대, 숙명여대, 상명여대, 한성대, 청주대 등 수많은 학교에서 제자들을 길러냈다. 그만큼 도예를 가르칠 선생이 없기도 했다. 단국대에서는 제자 열 명이 현재 교단에 남아있을 정도로 정 작가의 영향력은 지대했다. 40년 전 비난받던 그의 창조적 도예가 지금은 공예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철저하게 전통적인 방법을 익히면서도 이를 뛰어넘는 조형미, 창조미, 작가만의 사유개념을 끌어내는 교육론이 통했던 것이다.


창조적 도예를 향한 열정, 제자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젊은 감각은 여전하다. 정 작가는 "그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충북 음성에 있는 한 제자 작업실에서 작업을 같이 했다"며 "곧 미얀마로 떠난다. 보고 싶은 제자도 만나고, 그곳에 있는 종교와 문화, 조각, 그림을 보며 영감을 받고 싶다. 가슴으로 느낀 그 감동을 추후 작품에 쏟아 부을 것"이라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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