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그림, 문학 같은 문화의 특징을 꼽아보라고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문화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문화의 창작자(작곡가ㆍ화가ㆍ작가)가 개인 혼자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음으로써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문화를 발전시킨다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창작자들끼리 서로 맺고 있는 '관계도'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전하는지를 알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필자는 서양 고전 음악의 빅데이터로부터, 중세부터 현재까지 약 1만4000명에 달하는 서양 클래식 작곡가들의 연결망을 만들어 연구했다. 우리에게 제일 익숙한 연결망의 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일 텐데, 중세와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500년이 넘는 서양 클래식 역사를 장식한 작곡가들이 SNS를 통해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대신 우리는 6만4000장의 서양 클래식 CD 빅데이터를 사용해 하나의 CD에 음악이 함께 실린 작곡가들을 연결함으로써 작곡가들의 연결망을 만들었다. 즉 우리 연결망에 보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 모차르트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차이코프스키와 드뷔시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각각 함께 등장했던 CD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연결망 분석을 통하여 우리는 서양 클래식 음악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하고 흥미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고, 빅데이터를 통해 문화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첫째, 어떠한 두 서양 클래식 작곡가들도 평균적으로 3.5단계만 거치면 서로 연결돼 있었다. 모르는 두 사람끼리도 친구의 친구를 찾아내다보면 금세 연결돼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세상 참 좁다'라고 표현하는데, 500년이 넘는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연결망에서도 작곡가들이 서로서로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대로 문화 창작자들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둘째, 이 연결망에서 각 작곡가들의 비중을 과학적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요한 세바스찬 바흐는 1551명의 다른 작곡가들과, 모차르트는 1086명과 연결되어 있는데, 작곡가들이 평균적으로는 15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였을 때 바흐와 모차르트가 서양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대단함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아래 순서로는 헨델, 브람스, 멘델스존, 드뷔시, 슈베르트, 베토벤 등이다), 이는 일반 대중이 갖고 있는 인지도와도 상당히 일치한다. 셋째, 이 연결망에 컴퓨터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자동적으로 뽑아낸 작곡가들의 분파가 실제 서양 클래식 음악의 발전을 잘 보여준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전파, 낭만파처럼 잘 알려진 사조는 물론이고 조지 거슈윈과 에런 코플런드라는 양대 거장으로 미국 현대 음악의 양대 계파(브로드웨이와 비브로드웨이) 또한 자동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음반의 발매 기록을 기반으로 이 연결망의 미래를 예측한 결과 미래는 바흐, 모차르트 같은 최고 유명 작곡가들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지면서도 새로운 작곡가의 숫자가 꾸준히 늘어남으로써 '소수에의 집중'과 '다양성의 확장'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빅데이터가 기존의 지식을 재확인하는 것을 넘어 다른 학문과 융합과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기술과 경제 분야에 그 노력이 집중되어 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삶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1등 공신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를 기회로 문화와 다양한 학문의 발전을 위한 수많은 흥미로운 빅데이터가 아직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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