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했던 묘지엔 높은 첨탑이 세워지고, 저 잔학하고 비열한 권력에 의해 내던져졌던 원혼들은 '국립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이제 저 영령들은 안식을 취하고 있을까.
35주년을 맞는 5ㆍ18 광주의 망월동 민주공원 묘역. 지난주말 이곳에는 흐느끼는 울음이 들렸고, 열다섯 꽃다운 나이에 죽은 자식의 무덤 앞에서 오열하는 어머니의 눈물이 있었다. 80년 광주는 지금도 그 울음 속에, 비탄 속에 여전히 현재였다.
2015년 광주 망월동 묘역엔 어느 해보다 많은 참배객들이 오는 듯했다. 35년이라는 시간의 한 매듭 때문일까. 지금의 현실이 더욱 거세게 불러일으키는 추모와 함께 다짐의 마음들에서였을까.
특히 어린 대학생들이 많이 광주를 찾았다. '이화여대 광주역사기행 참가단' '민족경북대'의 '다시 광주로!'라는 티셔츠의 구호가 망월동 묘역에 넘실댔다. 무엇이 이들을 다시 광주로 부르고 있는가. 무엇이 젊은이들에게 '역사'가 된 80년 5월 광주를 현재로, 과거가 아닌 바로 지금의 사건으로 불러내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해 한 대답을, 다른 누구보다 많은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일 것이다. 지금 언론에 5ㆍ18은 이중의 의미에서 '현재'다. 1980년에 받았던 질문을 지금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이며, 그 현재를 넘어서느냐에 '언론'이 될 수 있느냐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또한 현재다.
35년 전 분노한 광주시민들에 의해 MBC 방송국이 불에 탔다. 그때 모든 언론은 광주를 모독하고 고립시켰다. 그러나 결국 고립됐던 것은 광주 시민들이 아니라 언론 자신이었다. 자신을 광주로부터, 진실로부터, 역사로부터 고립시켰고, 그럼으로써 언론에서 스스로를 낙오시켰다. 지금 언론에 쏟아지고 있는 많은 질타와 야유는 35년 전과 과연 얼마나 다를까.
광주에서의 둘째 날 화순의 운주사를 찾았다.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탑이 있는 신비의 절. 단순하고 평면적이며 기괴해 보이기까지 하는 탑과 불상들은 대체 누가 세웠던 걸까.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그 기원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다만 그 불상과 탑을 세웠던 민초들의 마음, 절의 뒷산에 누워 있는 와불(臥佛)이 일어서는 날 세상이 바뀌리라는 마음으로 불상을 깎고 세웠던 민초들의 비원을 가슴에 담는 것에, 그 불상과 탑이 제기하는 미완의 과제들을 되새기는 것에 '5.18 광주의 현재화'가 있을 것이다. 언론이 언론이 되는 길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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