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

성범영 '생각하는 정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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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나무를 가꾸면 일이 많아서 근면해지고, 오래 가꾸면서 인내를 갖게 되고,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지 생각하니까 창의력이 발달하고, 거짓말 하지 않는 나무를 보면서 정직함을 배우고, 미래에 대한 기획력까지 갖게 됩니다."


20년 전인 1995년 11월17일, 제주도의 한 시골 정원에서 감색 점퍼 차림의 머리가 희끗한 농부가 분재 앞에서 진지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그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농부의 말이 이어졌다. "분재는 나무가 아름다워서만 가꾸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서 깨달은 것으로 자신을 개조하는 것입니다. 이웃과는 서로 교류하며 화합하게 되고, 나라 간에는 나무예술로 평화를 논의하는 중요한 문화예술입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이해했다"며 빙긋이 웃었다. 이 남자는 당시 중국의 국가주석, 장쩌민이다. 제주도를 찾은 장 주석은 당초 예정된 시간인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10분 간 이 정원에 머물렀다. 분재 앞에 적힌 글들을 통역사로부터 듣고 생각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를 안내한 농부는 이곳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사진)이다.

장 주석은 중국으로 돌아간 뒤 고위 관료와 당 간부들에게 "그곳(생각하는 정원)에 가서 배우라. 온 국민이 다 배워야 할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장 주석이 생각하는 정원을 다녀간 뒤 지금까지 6만여명의 중국인이 방문했다. 그 중에는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 무수히 많은 당 고위간부들이 포함돼있다.


"중국 사람들 격려로 제가 여기까지 왔다고 봐야죠. 글, 그림 등 1000여점을 받았습니다. 선물은 6000~7000점은 됩니다." 그에 대한 중국 언론의 신문기사만 해도 500여개가 된다. 상하이 신민만보는 성 원장을 '제주의 미치광이'라고 쓰기도 했다.


"중국 지도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지도와 철학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너무 낙후돼 있어요. 우리 관료들은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대화가 되지 않더라구요. 제 자랑만 하는 줄 압니다."

中 주석을 감동시킨 농부,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 원본보기 아이콘
中 주석을 감동시킨 농부, '생각하는 정원' 성범영 원장 원본보기 아이콘

성 원장은 우리가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특히, 한국 관광산업이 굉장히 심각한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생각하는 정원은 나무마다 스토리텔링을 접목하고 MICE 전용공간인 '시크릿가든'을 조성했다. 또 점심녹색뷔페, 녹색카페 등을 통해 로컬푸드와 제주 특산품을 판매해 '6차산업'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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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에서 세계 기자와 전문가를 초청해서 서울, 경주, 안동, 부산 등을 돌아보고 저희 정원에 다녀간 사람만 5000~6000명은 됩니다. 그들이 한결같이 '왜 바쁜 사람들 데려다가 며칠간 시간낭비 시키는 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런 말 들으면 속상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국고 낭비 아닙니까. 그들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문화로 세계 1등을 찾는데 그게 없다는 겁니다."


그는 달 밝은 날에는 새벽 2~3시에 일어나 돌을 깎고 담을 쌓았다. 고된 일로 지금까지 허리수술 3번 등 7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1962년 제주도에 발을 디딘 지 53년,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물론 먹고 살아야 하지만, 제 개인 야욕과 꿈을 갖고 만든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우리 한국의 자존심을 살려보나 그런 싸움을 계속 해온 겁니다. 이번에는 정원 모습을 담은 화보집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제주=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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