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동부시간 12일 오전 9시59분. 뉴욕에 주재하는 한국 특파원들의 휴대폰에 긴급 안내 메시지가 떴다. 뉴욕 한인 네일협회가 이날 오후 1시 기자회견을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자회견 예정시간 불과 3시간여를 앞두고서다. 그만큼 기자회견 준비가 다급하게 이뤄졌음이 느껴졌다.


기자회견은 네일 살롱의 열악한 노동 실태에 대한 르포 기사에 대한 것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뉴욕 일대에서 성업 중인 네일 살롱에 대한 르포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밀착 취재를 통해 대다수 종업원들이 부당한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유해 환경에 노출돼 있음을 지적했다.

취재의도가 어찌됐든 이 기사로 뉴욕의 한인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우선 기사 곳곳에 한인 비하적인 내용이 나온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상당수 한인들이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 10일 특별단속반을 구성하고 네일 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명령을 내렸다. 임금 체불이 확인되면 곧바로 지급명령과 벌금 처분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곧바로 문을 닫게 하겠다는 서슬퍼런 조치들이 연일 발표되고 있다.

문제는 구멍가게 수준의 가게를 운영하는 상당수 한인업주들은 대부분 이에 대비한 변변한 서류나 법적 장치를 마련해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걸면 걸리는' 업소가 속출할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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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도 비장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상호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NYT의 기사가 과거에나 있었던 열악한 실태나 일부 업소의 근무 환경을 마치 전체인 양 과장해서 보도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한인들을 모두 악덕 업주인 것처럼 보도해 이미지 추락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일 업계에 잘못된 임금 착취와 차별이 있다면 바로 잡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뉴욕 한인사회의 자긍심과 상당수 영세 업주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적절한 보호와 배려도 균형 있게 모색돼야할 시점이다.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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